Culture/[독서] 좋은 책 이야기

Cyrus H. Gordon & Gary A. Rendsburg, The Bible & the Ancient Near East

진실과열정 2007. 8. 21. 11:57

제목이 영문 70자까지 제한된다고 하는데, 딱 맞아 떨어졌다^^;

정확하게 책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Gordon, Cyrus H. and Gary A. Rendsburg. The Bible and the Ancient Near East. New York: W. W. Norton & Company, 1997.

 (*책의 구입에 대해서 다음을 클릭하세요: Bible and the Ancient Near East ) 

 

사이러스 고든(1908 - 2001)은 고대근동 문화와 언어에 대가이다. 그의 연구 자체가 고대근동학의 경계를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한  JSOT 헌정논문집이 잘 보여준다(Meir Lubetski, Claire Gottlieb and Sharon Keller eds., Boundaries of the Ancient Near Eastern World [Sheffield: Sheffield Academic Press, 1998], 533-54). 1953년에 'Introduction to Old Testament Times'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이 계속된 개정판에 이어서 1997년 게리 렌즈버그와 함께 4판으로 거듭났다.

 

    

 

 

얼핏보면 이 책은 또 하나의 존 브라이트의 [이스라엘 역사]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배(부피)나 가볍고, 배(내용)나 무겁다. 그래서 이 책은 독특하다. 만약 1000년 후에 사람들이 일간지에 나와있는 '이명박 대선후보 확정'이라는 짧은 기사를 읽고 무엇을 밝혀낼 수 있을까? 혹시 '주식 사상 최대 급등'이라는 기사와 연관성을 찾기 위해서 엉뚱한 노력을 하지는 않을까? 현대의 우리는 이 두가지 기사를 잘 알고 있지만, '짧은 기사'로 제한된 1000년 후의 사람들은 지식의 간극(gap) 때문에 정확한 지식을 알아가기 어려울 것이다(물론, 일간지 말고도 더 많은 기록물이 발견될 것이므로 정확한 지식을 찾는 것은 시간 문제이겠지만...).

 

저자의 주장이 바로 이런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서는 1000년 전보다 더 먼 옛날의 일이며, 일간지의 정보보다 훨씬 짧고 훨씬 주관적이다. 그러므로 오독의 요지가 곳곳에 숨어있을 수 밖에 없다. 저자는 고대근동의 빛 아래에서 성서 네러티브의 역사 이야기라는 큰 줄기에 들어있는 신학적 변화 혹은 정서상의 미묘한 움직임의 변화 요인(메카니즘, p. 326)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사실 저자는 성서의 네러티브를 거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100% 인정하지도 않는다. 어쩌면 성서 이야기의 배경 설명을 통해서 쉬운 다시 읽기(paraphrase)를 시도하는 것 같다. 저자에 의하면, 우리가 얼마나 고대사회를 이해하는 것에 성서 이해도가 달려있다(p. 117). 그러므로 저자는 문서(자료)가설을 반대하지만(p. 123, 129f), 성서 각 부분의 독특한 이야기의 탄생 배경은 인정한다(p. 216). 저자에게 중요한 점은 성서의 모티프가 고대근동의 그것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는 점이다(우가릿에서 트로이까지). 그러므로 성서의 해석은 자유로우면서 동시에 상당한 비교연구적 자료가 가능케된다: 10가지 재앙의 자연적 현상(p. 145), 여리고성을 무너뜨린 사람의 음파(p. 170), 골리앗을 죽인 엘하난(p. 187), 사독과 아라우나의 정체(p. 204f), 시온과 엣살핫돈 정치의 유사성(p. 274) 등등(p. 315-20).

 

저자에 의하면 성서는 고대근동의 배경에서 태어났지만, 그것을 초월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므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가나안 문화는 저질인 반면(p. 160, 189), 이스라엘은 독특하다(p. 192, 197). 때로는 남성우월적이며, 조금은 편파적인 경향성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저자는 신명기적 역사에 대해서 신선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 같으며(p. 270f), 이 부분은 계속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히브리성서의 구전에서 기록물까지의 과정을 간략하게 정리하는 부분(특별히 p. 312)은 성서연구의 끝없는 도전을 예견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