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독서] 좋은 책 이야기

프랑수아 도스, [역사철학(2004)]

진실과열정 2007. 8. 7. 13:08
 

 

프랑수아 도스(François Dosse). [역사철학]. 최생열 역. 서울: 동문선, 2004


    역사라는 것이 단 한 줄의 명제로 정의될 수 없는 그런 것임을 저자의 해박한 지식을 통해서 깨닫게 되는 책이다. 원제는 역사인 것 같으나, 번역자는 역사철학이라는 한글 제목을 붙임으로써 본서의 성격을 보다 명확하게 했다. 역사철학의 제목에서처럼, 저자는 헤로도투스로부터 시작해서 최근의 학자들의 역사에 대한 분석들을 ‘철학적인’ 관점에서 정리하고 평가하며 역사에 대한 인류의 이해과정을 서술한다.

    특정 사회나 특정 계층의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오도되었던 역사에서부터 시작해서(중세의 수도회), 역사는 인류의 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동반자와 같은 존재였다. 인류의 역사 이해를 ‘사건을 정확하게 보고하겠다는 철없는 역사가’와 ‘사건의 인관관계의 메커니즘에 대한 가능성과 불가해성에 대한 논란들’ 그리고 ‘사건을 초월해서 기억된 역사로서의 이야기의 성격의 등장’으로 이어진다. 결국 어떻게 되든 사회는 사건을 기억하게 되는데, 이는 사회 자체의 이해와 기억이라는 형이상학적인 이해를 모두 포괄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p. 326), “역사 서술 과정의 변천은 두 지점간의 긴장에 의해 특징지어진다: 한편에서 문학의 이야기 전통과 깊은 연관을 갖는 ‘주관적 서술 작용으로서의 역사’(허구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반대편에 문서의 기능, 나아가 그것의 객관적 인식의 특성 측면에서 제반 역사적 주장이 갖는 오류적 특성, 증거의 개념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과학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본서는 일종의 철학책과도 같다. 칸트와 헤겔, 하이데거와 푸코 같은 생각의 거장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저자가 프랑스인인 만큼 프랑스사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오히려 논의의 한계가 집중되고 있는 장점을 가질 수 있겠다. 생각의 거장들이 보이지 않는 시간과 그런 시간을 물질화(개념화)하는 작업과정에 대해서 인간 본유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왔는지를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책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푸코와 리쾨르를 좋아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