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203

펜데믹 1918

펜데믹 1918 사상초유의 사건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으며,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거리에 돌아다닐 수도 없고, 지구적으로 모든 움직임이 멈추는 그런 사건 말이다. 그런데, 100년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펜데믹 1918'이 그걸 말해준다. 펜데믹이란 말은, 질병이 지구적으로 대유행하는 현상을 일컫는, 매우 비정상적이며 극히 제한된 용어임에 틀림없다. 범지구적 위기를 나타내는 부정적 인식을 조장할수도 있어서인지, 세계보건기구는 이 용어를 보수적으로 사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한계를 초월한 조건 아래에서, 인식은 현상을 지배할 수 없다. 지구적 유행병은 엄연한 현상이고, 이제 우리의 인식은 그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펜데..

Greenland (2020)

대재앙의 자연재해에 직면한 한 가족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IMDb) 생존은 요즘 시대의 키워드이다. 경제성장과 그로인한 문화의 축적이 (다소 낯설다고 느껴졌던) '웰빙(well-being)'이라는 존재의 가치를 빛냈던 시대가 그리 먼 것도 아닌데, 이젠 '저스트빙(just-being)'으로 규정할 수 있는 또하나의 존재의 방식이 생겨났다. '생존'이 중요하게 생각되는 이유는, 우리의 환경이 우리의 존재를 위협하고 있다는 (나중에 말하겠지만) 인간중심적 사고의 오류라고 하겠다. 그러한 오류에는, 기후변화 혹은 전염병, 그리고 우주적 파멸이다. 영화 그린랜드는 "대재앙의 자연재해에 직면한 한 가족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라고 요약할 수 있다. 충실한 건설업에 종사하는 주인공(제라드 버틀러)은, 별똥..

로이 루이스, 에볼루션 맨

무려 1960년에 처음 출간된 책이, 거의 60년이 지난 후에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그러니까 아마 1960년대의 미국은 세계대전을 마치고 본격적인 무한경쟁의 시작점에 서게 되었을 것이다. 그 방식은 정치와 경제, 그리고 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고, 도약 아니면 낙오라는 중차대한 문제로 사회를 잠식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저자는 구석기 시대의 인물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내가 읽어본 소설중에서 시간적으로 가장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 소재가 아닌가 싶다. 저자는 유쾌하게 한 가정의 일대기를 그려냈다. 아버지와 아들들, 그리고 삼촌들과 고모들, 아! 새로운 가족(아내들)까지. 어두운 동굴 속의 한 가정이 불을 발견하면서 점점 빛으로 나아간다는 내용이다.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과학자..

크리스티앙 자크, 황금마스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라하면, 그 변하지 않는 이름만 놓고 생각하면, 단연 이집트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이집트의 국사책은 얼마나 두꺼울까? 근현대만 놓고 생각하면, 제국주의가 한창이었던 시절에 이집트는 영국의 지배를 받게 된다. 그리고 제1,2차 세계대전을 겪은 후, 자주독립정신이 지배적인 흐름이 되었고, 1922년이 되어서 입헌군주국으로 변모하였다. 그러나 남이 준 평화는 진정한 자유가 아니듯이, 왕국의 정치는 부패로 얼룩졌고, 그 상황에서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대패하면서, 이집트는 뿌리부터 다시 흔들리게 된다. 가장 오래된 나라가 이렇게 사라질 수 있을까? 이 책은 이집트의 파라오로 유명한 크리스티앙 자크의 현대물이다. 주인공인 마크는 미국의 변호사인데, 운명을 바꾸게 되는 편지를 받고, 이집트로 ..

크리스티앙 자크, 람세스(전5권)

저자는 13세에 를 읽고, 이집트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그래서 소르본 대학에서 이집트학 박사 학위까지 받게 된다. 어쩌면 나중에, 그가 쓴 소설이 성공을 거두고 난 후에,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이었던, "내 속에는 람세스가 살고 있다"라는 것이, 그렇게 허무맹랑하게만 들리지 않는 이유이다. 무언가에 홀딱 빠진 사람이, 자기만의 세계를 온전히 공유한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는 책은 람세스 2세(기원전 1200년대 중반)를 소재로, 이집트라는 고대사회의 신비를 낭만적이며 아름답게 꾸며낸 소설이다. 마치 장편 대하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이 성장하는 것, 그 주인공의 친구들과 복잡한 관계, 주인공이 사랑을 알게 되며, 적대적 관계를 이기면서 정상을 차지하는 것. 이웃나라와의 전쟁과 평화..

Michael Fishbane, Biblical Myth & Rabbinic Mythmaking (2003); Maurice Casey, Jesus of Nazareth (2010)

<올라가는 것과 내려오는 것> 요즘 집중해서 읽고 있는 책들입니다. Michael Fishbane, Biblical Myth & Rabbinic Mythmaking (2003); Maurice Casey, Jesus of Nazareth (2010) 피시베인(43년생)은 정통 유대인학자로, 일찌기 성서 자체가 '내적인 해석'을 스스로 담아내고 있다는 주장을 매우 설득력있게 제시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