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라하면, 그 변하지 않는 이름만 놓고 생각하면, 단연 이집트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이집트의 국사책은 얼마나 두꺼울까? 근현대만 놓고 생각하면, 제국주의가 한창이었던 시절에 이집트는 영국의 지배를 받게 된다. 그리고 제1,2차 세계대전을 겪은 후, 자주독립정신이 지배적인 흐름이 되었고, 1922년이 되어서 입헌군주국으로 변모하였다. 그러나 남이 준 평화는 진정한 자유가 아니듯이, 왕국의 정치는 부패로 얼룩졌고, 그 상황에서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대패하면서, 이집트는 뿌리부터 다시 흔들리게 된다. 가장 오래된 나라가 이렇게 사라질 수 있을까?
이 책은 이집트의 파라오로 유명한 크리스티앙 자크의 현대물이다. 주인공인 마크는 미국의 변호사인데, 운명을 바꾸게 되는 편지를 받고, 이집트로 날아왔다. 그가 바로 투탕카몬의 무덤을 발굴했던 하워드 카터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고대 이집트식 기독교인 콥트교의 신부의 가르침을 따라서, 마크는 새로운 모험에 뛰어들었다. "내 속에 이집트의 피가 흐를 줄이야!" 마크는 미모의 이집트 여인과 사랑에 빠지고, 둘은 힘과 지혜를 모아서, 부친 하워드 카터가 발견했지만 지금은 그 행방이 모연한 '투탕카몬의 파피루스'를 다시 찾으려한다. 그 안에 역사를 바꿀 역사가 들어있을 것이기 때문이다(저자는 출애굽이라는 기독교의 뿌리를 언급한다; 451). 그와 동시에, 급변하는 이집트 정국의 상황을 거대 배경으로 세팅했다. 마크는 CIA의 협력자이며, 이집트 쿠데타 계획의 브레인인 나세르의 접촉자로 활동하면서, 어떻게 1952년이 움직였는지를 그려내고 있다. 이렇게 저자는 팩트와 픽션을 접목시키면서, 자신의 과거를 찾으려는 한 남자의 추적을 보여준다.
신성한 황금으로 변모한 한 존재를 앞에 둔 이 순간, 마크는 하워드 카터의 추적의 의미와 그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역사상 가장 특별한 고고학적 작업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고고학적 작업 이상을 넘어 생명의 본질과 이어진 신비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순전히 우연으로만 이뤄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명철한 탐구자의 지치지 않는 열정과 무지몽매한 인간일지라도 늘 은혜를 베풀고자 하는 신의 뜻, 그리고 현세의 물질주의와 폭력에 맞서려는 투탕카몬의 의지, 바로 그것을 알리고자 하는 필요성이 모여서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다. 3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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