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리아오경의 더 큰 믿음(?)"
모세는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신명기의 마지막장(34장)은, 그 대신에 약속의 땅을 보았다고 합니다. 마소라본문(BHS)을 직역하면(1a-2절) 이렇습니다: '여호와께서 온 땅을 보이셨으니, 길르앗에서 단까지를, 그리고 온 납달리를, 그리고 에브라임과 므낫세 땅을, 그리고 유다 온 땅에서 서쪽바다까지를...' 모세가 요단동편에 서있기 때문에, 1절에서는 북쪽 끝까지(단), 2절에서는 서쪽 끝까지(서해), 그리고 자연스럽게 3절에서는 남쪽 끝까지(남방) 골고루 가나안 땅을 보았다고 합니다(참고 신 3:27). 사실 이러한 영역은 사람의 눈으로 바라볼 수 없는 거리입니다. 서해의 파도가 찰싹거리는 것을 보는 것보다, 북쪽의 단지역의 평화로움(참고 삿 17:7)을 지켜보기가 훨씬 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분명히 신 34:1-4은 신학적 표현입니다.
BHS의 비평각주를 보면, 사마리아오경의 경우 이 구절이 변경되었음을 알려줍니다. 사마리아오경은 철저하게 북지파의 입장에서 기록되었기 때문에, 34장 2절과 3절에 나오는 남유다중심적인 표현을 좋아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되며, 그래서인지 이 부분이 사마리아오경에서는 생략되어 있습니다(굳이 말하자면, "2절 (없음), 3절 (없음)"이 되겠지요). 하지만 1절의 경우엔 더 큰 세계를 보았다고 기록되어있는데, 1절 하반절에서 BHS가 '여호와께서 온 땅을 보이셨으니, 길르앗에서 단까지를...'에서, '길르앗에서 단까지를'을 빼내어버리고, 그 자리에 "애굽의 강에서부터 그 큰 강, 유프라데 강까지"를 넣었습니다. 결국, 사마리아오경에 의하면, 모세는 느보산 정상에서, '나일강과 유프라테스강'을 본 셈입니다. 이것은 아마도 창세기 15장 18절을 떠올린 표현일 것입니다. 어찌되었건, 사마리아오경의 기록자들의 믿음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토라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34장 읽기에서, 신명기 32장 49b절의 신앙전통을 지켜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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