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함과 익숙함 사이를 교묘하게 왔다갔다 하는 것이 문학의 기술인 것 같습니다.
고로 영화도, 영상문학(이런 말이 있나?)이라고 한다면,
배우섭외나 스토리의 반전에서 신선함이라는 감독의 기지를 보여주며,
캐릭터나 큰 모티프에서는 익숙함을 통해 관객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신세계라는 제목과 포스터를 꽉 채운 3명의 배우만으로도,
스토리가 지시하는 바와 그 안에서 채워질 갈등 구조가 무엇인지를 가늠하게 됩니다.
경찰(이정재)이 신분을 감추고 범죄조직에 잠입해서
자신을 형제라고 여기는 중간보스(황정민)에게 인정을 받으면서
동시에 깡패보다 더 인정사정없는 경찰지도부(최민식)의 청사진-신세계 프로젝트-을 이룩한다는 내용입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박쥐 혹은 회색분자 역할을 해야했던 이정재의 연기였습니다.
글쎄요...
사실 몇편의 영화에서 이정재는 특유의 '배신자' 캐릭터로 굳어졌습니다.
조금 뻔뻔하며 비굴한 배신자였기에, 고뇌하는 배신자가 어떻게 나타날까 궁금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비교가 되는 연기자(양조위, 디카프리오)가 있었기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론 전체 스토리를 인식한 나머지, 초반부터 너무 얼어붙은 것은 아닌지 생각됩니다.
사실 그 정도 자리(서열 5-6위?)에 올라가려면, 나름 똥배짱 정도는 있어야지요...
최민식의 역할은 생각보다 '더러'웠습니다.
표면적으론 목적을 위해서 인정사정봐주지 않는 냉혈한으로 보이면서 동시에 속으로 따스한 인간성을 가진 캐릭터로 만들려고 했지만, 조화가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예전 넘버3라는 영화에서 검사로 출연했던 스타일을 기억하는 것은 무리인 걸까요?)
가장 아쉬운 점은, 최민식 만큼이나 '적이 많은' 상대는 없을 텐데,
물론 그가 경찰이긴 하지만, 조폭들이 아무 손도 쓰지 못하고 절절 맨다는 설정이 그렇습니다.
가장 캐릭터를 잘 살리는 인물은 황정민 같습니다.
이젠 연기에 포스가 느껴지는 절정이 아닌가 싶네요.
건들거리는 자세와 구수한 사투리까지,
그렇지만 그런 것이 본인이 가장 센 사람이기에 가능하다는 무언의 포효가 느껴졌습니다.
장렬한(?) 싸움장면은 사실 요즘 통할 법하지 않는, 감독의 무리한 연출인 것 같고...
오히려 죽음의 자리까지는, '여포'가 아닌 '친구'의 그것이 조금 나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영화 초반부터 관객에게 신분이 들통나고,
어떤 흐름으로 가는 것인지 공개된 상황에서,
정작 캐릭터들은 살얼음을 내딛는 그런 영화의 조심스러움을 함께 만끽하는 즐거움이 가득한 작품입니다.
사족을 붙이면, '연변용병'은 코메디이고, 송지효의 어정쩡한 자리는 눈에 보이는 '수작'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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