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독서] 좋은 책 이야기

Giovanni Garbini, History and Ideology in Ancient Israel(1986;[1988ET])

진실과열정 2009. 4. 20. 22:37

지오반니 가르비니...

이탈리아 학자의 글은 접하기 쉽지 않다. 프랑스도 그렇고...

영어를 넘어선 세계를 만나는 첫경험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T.L. 톰슨을 비롯하여 스칸디나비아 학파의 학문 세계도 신선했지만,

가르비니의 세계는 전혀 새로운 것이었다.

 

가르니비의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와 이데올로기"라는 책은 참으로 오래된 책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 책의 힘은 지금부터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영어로 번역되더니, 이제는 JSOT 단행본으로 다시 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0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책에 무슨 내용이 들어 있을 수나 있을까 생각을 했지만, 책을 덮을 수 없는 강력한 흡입력 때문에 '심히' 고생한 기억이 남는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도서관에서 제본한 것으로, 위의 그림이 풍기고 있는 모호함이 책을 지배한다. 그림은 메샤 석비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한 사람?)이 비밀스럽게 손으로 어떠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는 그림이다. 워낙 표지가 '만화풍'이어서, 가르비니가 전하는 것이 가볍거나 혹은 (마치 키스 휘틀램이 [고대이스라엘의 발명]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냉소적인 이데올로기를 전하는 것은 아닐까 내심 걱정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이 그림이 가지고 있는 간단명료 혹은 상상력이 이해가 되었다.

 

이 책은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 자체를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생각하는 성서의 역사 내러티브에 대한 비판적 개론서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 그렇기에 저자는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본문들을 언급하면서, 그 역사성을 혹은 우리의 무지함을 신나게 파괴한다. 놀랍게도 그 주된 방법론은 (1) 본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모순성 지적, (2) 비교문헌의 치밀한 읽기. 이것이 전부이다. 고고학적 변증이나, 음모론의 이데올로기 논쟁은 그의 관심이 아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서 성서의 기록이 포로기 후기의 산물임을 보여주려고 한다(p.20). 외부자료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가르비니는 철저하게 보여준다. 그는 메샤 석비가 이스라엘 왕정의 본모습을 찾는데 결정적인 것임을 보여주며(p.37), 에블라 문헌과 키르벳 베이트 레이에서 발굴된 히브리 비문을 통해서 야웨신앙이 페니키아에서 유래한 가나안 신앙의 본연임을 보여준다(p.57). 아무래도 압권은 이집트와 바벨론 사이의 변증법적인 관계를 다룬 부분과 마지막으로 에스라를 다룬 부분이라고 하겠다. 여기에서는 저자의 상상력이 학문적 검토를 통해서 얼마나 '새로운 해결책'으로 제시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하겠다.

 

저자에 의하면, 성서의 세계는 고대 팔레스타인의 그것이며, 그렇기에 (신약에서 기원하지만, 성 어거스틴에 의해서 촉발된) 히브리인들의 '독특한 역사의식'에 더 이상 매료되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히브리 성서 역시 신화적이며 이데올로기적인 작품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closed circle"이라고 표현한다(p.170). 이는 T.L. 톰슨이 성서를 'reiteration'이라고 압축한 것과 일견 상통하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가르비니에 의해서 성서를 접근하는 방식에 있어서, 기존의 책들은 약간의 방향 전환을 말하고 있다고 한다면, 이 책은 "뒤로 돌아 가!"를 선언한다. 다시 보고, 계속 본다면, 이 책을 통해서 엄청난 새로운 연구들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