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독서] 좋은 책 이야기

톰 라이트, [예수(2007)]

진실과열정 2008. 8. 4. 13:00
출판사
살림
출간일
2007
장르
종교
책 속으로

이 책은 세계적인 신약학자인 톰 라이트 교수가 '예수와 기독교'라는 조금은 편협적인 주제를 보다 쉽고 설득적으로 내놓으려는 역작이라고 하겠다. 사실 이 책은 BBC에서 기획한 '예수'  다큐멘터리를 출간한 것으로, 저자가 밝히듯이 학문적인 부분들은 평이한 수준에서 덧붙였다.

 

    이 책은 얇고 가볍다. 1부에서는 역사적 예수를, 2부에서는 4복음서를 다루고 있다. 이 정도면 그냥 지나치고 다른 책을 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다. 이 책의 내용이 가볍다고 생각해서는 절대 오산이라는 말이다. 사실 이 책의 한 문장 한 문장이 엑기스로 농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트가 1996년에 출간한 "예수와 하나님의 승리(http://blog.daum.net/prophets/9740752)"라는 학문적 역사적 예수 연구를 읽었던 사람이라면, 1부에서 다루고 있는 바가 그 책의 완벽하고 깔끔한 요약본이라는 점을 깨닫고 전율을 금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가장 중요시하고 있는 바는, 역사적 예수 연구의 핵심은 예수를 1세기 유대교적 맥락에서 놓는 것이다(44). 로마의 지배 아래에서 새로운 출애굽을 원하는 유대인들의 일상 아래에서 예수의 도전적이며 혁명적인 태도는, 저자가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21세기의 기독교가 거부할 수 없는 '리얼' 예수의 그것임에 분명하다 하겠다(58, 65).

 

    2부의 4복음서를 소개하는 점에 있어서도 저자는 비평적이면서 동시에 목회적인 입장에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지적해준다. 즉, 예수의 무엇과 저자의 무엇을 물으라는 것이다(120). 이후에 몇 가지 단문들은 신약연구의 중요한 주제가 될 것이다: "두 집단(기독교와 사해공동체) 모두 스스로를 하나님의 백성에 편입시키고, 스스로를 성서에 나타난 예언들에 결부시키기 위해 하나님과 그 백성의 이야기를 되풀이하며 자신들의 집단을 존속시켜왔다."(129). "복음서는 말씀이 어떻게 성취되었고, 유대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그 정점에 도달하였으며,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길고도 복잡다단했던 이야기가 마침내 어떻게 해결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이다"(135). "(복음서는) 곧 우리의 세계관을 혹은 구시대적인 기독교 세계관을 예수 중심으로 재정립해야 함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 각 복음서 첫머리마다 다음과 같은 경고문을 써놓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이 책은 당신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지도 모릅니다'"(138). "복음서의 역사성과 정확성은 오히려 유대문명과 초기 기독교가 나란히 놓여있고, 이 둘 사이의 경계점을 이루는 예수의 모습이 담긴 1세기의 직소퍼즐을 어떻게 조합해 내는가에 달려있다. 복음서의 역사성은 복음서가 기술된 시점이 아니라, 복음서가 묘사하고 있는 당시 상황의 타당성에 달려있다는 말이다"(143f).

이 책은..1리터의 물로도 희석되지 않는 예수와 복음서의 액기스이다.
나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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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대로(160), [요한복음]앞에서 무릎을 꿇고, [누가복음]안에서 고뇌를 하며, [마태복음]을 연구하고, [마가복음]을 들고 일어나는 것이 21세기 기독교가 새롭게 정립해야할 예수의 제자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전에, 저자가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역사적 예수'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저자는 복음서를 설명하기 전에 '역사적 예수'를 소개했다!). 사실, 교회는 역사적 예수를 믿지 않는다. 교회는 복음서의 예수를 믿기 때문이다. 즉, 가려가면서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식적 환원주의 앞에서 [복음서]의 그 맛을 느낀다는 것은 여전히 요원하다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SBS에서 이상한 책을 소개했던 점을 한탄한다. 다른 방송사에서 BBC가 했던 것처럼, 조금 더 실력있는(센세이션하지 않고!) 학자들을 골라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기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