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독서] 좋은 책 이야기

정승우, [예수, 역사인가 신화인가], 책세상(2005년)

진실과열정 2006. 8. 26. 11:28

영국의 셰필드대학은 (유럽 문화가 그러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나의 도시전체가 대학을 구성하는 소위 '꿈의 궁전'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성서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셰필드에서 출간하는 학술지(약어로 JSOT)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일 정도이다!

 

셰필드대학에는 독특하게 성서학이라는 학과가 존재한다.

그곳에서 JSOT 편집자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이

David A. Clines라는 사람이다.

 

클라인즈는 포스트모던의 해석법으로 유명한데,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이 [포스트모더니즘과 이데올로기 성서비평]이다.

생각보다 딱딱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이래서 신학생들이라도 사보겠나....

원제는 Interested Parties이다. (이익집단! 성서를 이렇게 정확하게 꼬집어서 해석한 통찰력에 경의를!)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에서, 더 흥미있었던 것은

셰필드에서 공부하고 있던 한국의 유학생들 4명이 의기투합해서,

서구의 좋은 책을 우리나라에 보급했던 것이다!

 

그 중 한사람이

[예수, 역사인가 신화인가]를 썼다.

 

책으로 밖에 평가할 수 없겠지만,

아주 읽기 쉽고, 한국적이며, 최근까지 선진 학문을 깊이있게 파고들었던 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역사비평을 뛰어넘으려는 문학비평가들의 다양한 접근법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속에서,

후자의 '비현실적인 신학화작업'에 과감하게 '현실적인 물질화'를 선언한 것이 바로

'제3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역사적 예수"라는 학문분야이다.

 

역사적 예수란, 단순하게 말해서(사실, 그리 단순한 내용은 아니다...)

"자신의 시대와 정직하게 대결하며 하느님의 나라라는 대안적 세상을 꿈꾸었던 갈릴리의 방랑 설교가 나사렛 예수의 변혁적 실천과 신앙을 그가 살았던 역사와 사회적 배경에 기초해 복원하는 작업"이다(p. 171).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단, 역사적 예수 연구의 대상은 '실제로' 존재했던 예수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의 학문적 방법(저자는 사회과학을 손꼽고 있다)을 통해 재구성될 수 있는 예수로 한정한다. 또한 연구과정에서 우리는 현대의 사고 방식과 가정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소위, '환원주의'라는 문학비평가들의 공격에 대한 학문적 반응이다), 이는 역사적 예수를 연구하는 우리의 시점이 '현재'이기 때문이다"(p. 171).

 

위의 글은 한번에 이해되는 내용이 아님에 분명하다.

그러나, 본서를 읽으면 저자의 주장에 동의를 하게 된다.

'부활 이후의 그리스도'에서 시작된 교회상이, 얼마나 '무역사적인 종말론적 기복신앙'으로

한국교회를 후퇴시켰는가는 한번 되집고 넘어갈 문제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고민 자체가 '예수 이해'에서 시작했던 것임에 분명하며,

역사적 예수는 '부활 이전의 나사렛 예수의 신앙'으로 되돌아가서

그 분의 메시지와 발걸음을 연구하는 것이다.

(그 분의 메시지와 발걸음을 '후대에 해석'했던 자들의 '교리와 제의'를 둘째로 내려놓는 것이다)

 

저자는 독특한 자기 목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역사적 예수의 복원 필요성과

현대의 학문적 상황을 나열했을 뿐이다.

 

역사적 예수에 대한 고민없이,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라고 용감하게 선포하는 것은

'나사렛 예수'에 대한 모욕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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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소개했던,

바트 어만의 [성경: 왜곡의 역사]와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