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독서] 좋은 책 이야기

200번째 글은 역시 좋은 책으로^^;

진실과열정 2006. 7. 13. 12:56

이승엽 선수가 아시아 통산 400홈런 고지를 눈 앞에 두고 있다는 기사가

바로 이런 기분일까?

200번째 글을 무엇으로 장식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다가

역시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은 판단을 하게 되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값진 책을 발견하고, 나의 세계가 넓어지고 있다는 만족(?)을

끼는 경우가 1년에 몇번쯤 있기 마련이다.

2004년에, [성경: 고고학인가? 전설인가?]를 발견했을 때,

2005년에, [고대 이스라엘의 발명: 침묵당한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발견했을 때,

그리고 올해 [성경: 왜곡의 역사]를 발견했을 때가 바로 그런 때이다.

 

제목을 보면 하나같이 '자극적이다!'

표지를 원서와 비교해보면 어떨까?

처음 것만 빼면 상당히 비슷하다^^

그런데, 가격은 상당히 싸다!

(아쉬운 점은 싼 만큼 [성서학 전문가가 번역하지 않았다]... 어설픈 번역이 없지 않다..)

 

 

 

 

 

 

 

사실.. 제목을 어떻게 만드는가가 '베스트셀러'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던데....

그러고보면... 여기에서 소개된 책들이 하나같이 '워스트셀러'가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우선..

[고대 이스라엘의 발명]이란 책을 소개하자면,

저자인 키스 화이틀렘은 영국의 신학교 교수로 '상당히 왼쪽'에 속한다.

80-90년대에 초기 이스라엘, 즉 이스라엘이란 나라의 건립에 대한 연구가 한창 진행되는 것을

참여하고 또는 지켜보면서 자신이 새롭게 '넓은 차원의' 이스라엘 역사를 도전하게 된다.

특별히 프랑스의 역사학자 브로델('장기지속'이라고 한다)의 힘을 입어서 말이다.

그러면서, 기존에 20년대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생성에 대한 논란이

학문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정치적인 파워게임'에 좌우되었다고 판단하고

지금까지의 이스라엘 건립에 대한 '학문적 연구사'를 시도한 것이다.

그의 핵심적인 주장은, 기존의 초기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건립은

20세기 성서학자들이 '정치적 이스라엘 국가'를 위해서 뒷작업했다는 것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본다면,

이스라엘이 정착하기 이전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수천년에 걸친 삶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이 이스라엘의 역사를

논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이다.

사실, 성서의 가나안 정복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복과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시종일관 '정치적 음모설'에 목숨을 걸었기 때문에,

흡사 단순한 주장을 계속 끌고나가는 무모함이 없지 않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동안 그 누구도 감히(!) 생각지 못했던 생각의 발상을 했다는 것에서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참고로, 원서 가격은 20파운드(영국돈) 즉, 우리돈으로 37,500원이다.

번역서는 18,000원이니까... 50% 싸다^^

 

추가:(2012.11.19)

Keith W. Whitelam, the Invention of Ancient Israel: The Silencing of Palestinian History (1997)

정치권력(이데올로기)의 하녀가 된 종교--아니, 성서학!--의 비애(p.82-4). 어디에도 팔레스타인의 역사는 없다는 것이 저자의 고발: "Palestinian history, particularly for the thirteenth century BCE to the second century CE, has not existed except as the backdrop to the histories of Israel and Judah or of Second Temple Judaism. It has been subsumed within the social, political, and, above all, religious developments of ancient Israel."(p.2)

문제는, 정말 문제는, '공평한가'이다: "Yet it is not a denial of the existence of Israelite and Judean monarchies: it is an attempt to redress the balance whereby Israelite and Judean history has been presented as the history of the region rather than as a part of a history of ancient Palestine."(p.232)

세계의 이목이 다시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충돌에 모아지고 있다. 내일을 잃어버린 아이들의 주검앞에 탄식이 깊어진다.

 

[성경: 고고학인가 전설인가?]라는 책은

전문적인 이스라엘 고고학자 두사람이 의기투합을 해서

성서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쉽게 읽도록 기가막히게 쓴 '충격적' 이스라엘 역사 보고서이다.

사실 창세기를 읽으면서, 에덴동산에서 발원한 4강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없이 지나갈 수있다.

과연 그런 장소가 있기나 한 것일까?

(이 책은 그런 신비로운 장소를 찾는 호기심 충족용은 절대 아니다!)

이러한 간단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해볼 때,

성서의 기록자(!)가 그 지명, 혹은 인명을 언급했을 때,

과연 어떠한 정보를 가지고 기록했을까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창세기 2장은 누가, 어느 시절에 썼을까?

네개의 강(창 2:11-14)의 언급된 '기혼'이나 '힛데겔'이라는 단어가 과연 언제 사용되었던 것일까?

여기에 답을 하면서(그리고 창세기부터 시작해서 구약 전반에 들어있는 숨겨진 열쇠를 하나씩 찾아가면서), 저자는 아주 놀라운 해석을 던졌다.

바로, 기원전 7세기인 요시야왕 시절에 와서야

이러한 지명이 가능했다는 것이다(사실, 이것은 논리적인 근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고학적인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즉, 앗수르 시절의 지명이나 정황이 상당히 많이 반영되어 있다는 해석이다.

그전까지만해도, 진보적인 신학자들은(이젠 보편화되었다) J,E,D,P라는 문서설이라는

큰 틀에서 성서를 보면서,

제일 먼저 시작된 문서가 J, 즉 다윗시대인 기원전 10세기로 보았었다.

그런데, 고고학적인 발굴 결과 다윗시절엔 성전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성서를 기록할 문화적 수준 자체가 되지 못했음을 밝혀낸 것이다!

정말 대단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그런데, 이것이 사실[fact]인 것 같다).

이책은 원서가 $29, 우리돈으로 29,000원이다.

그런데, 번역서는 15,000원!

 

 

 

[성서: 왜곡의 역사]라는 책은 신약에 관련된 책이다.

신약 본문비평의 대가인 메츠거 박사 밑에서 공부한 따끈따끈한 학자의 신선한 주장이 실려있다.

신약 본문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본문이 점차로 어떠한 '목적'에 의해서 수정되었음을 밝혀내는 과정이 신선하다.

얼마전 신학원서 전문 취급점인 라비블(labible.co.kr)에서 소개를 받았던 책이

이렇게 금방 번역되어 나오다니!

그것도 1만원정도 싸게..^^(원서 $25) 역시 우리나라 만세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이 책은 두가지 위험한 부분이 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저자는 다양한 학문적 과정을 이수하면서

자신의 신학이 변경되었음을 고백한다(나는 이를 성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성숙한 과정을 거치지 못한 상태에서 이 책을 읽다가는

성서에 대한 오해만을 가득 품은채 책을 덮을 위험성이 있다.

예를 들면, 저자가 학문적 정직성과 확신을 가지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세가지 본문상의 오류가 그것이다.

막 1:41의 수정(민망히 여기사->화를 내시다); 눅 22:43-44의 삽입; 히 2:9의 수정(하나님의 은혜->하나님없이)...[논리의 근거와 그 결과는 책에서 찾는 것이 좋을 듯]

두번째 위험성은 절대 이 책을 가지고 화장실로 가지 마라.

마지막 페이지를 읽기 전까지는 절대 나올 수 없을 것이며,

그로 인해서 당신의 '학문(소리나는대로 읽으시오)'은 고통을 받을 것이다.

이책은 원서가 $24.95 (한-미 FTA되면 우리나라도 책값 이렇게 장난하는거 아닐까?)

번역서는 무려 14,000원!

우리나라 만세이다!

 

 

 

위의 책들은

잘 팔리지 않을 책임에 분명하다.

사실 한국교회 상황에서 상당히 Left에 치우친 면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구는 둥글지 않는가!

언젠가는 Left로 느껴졌던 사람들이

Right로 인식될 수도 있겠지...

 

아무튼 최소한 두번은 읽어야,

그 신선함에 푹 빠질 수 있었던 책들임에는 틀림없다.

 

가격이 저렴한 번역도서임에 감사를 드리지만,

번역자들이 신학과 '다소' 무관함 사람들이었음에 충격이었다.

(출판사 자체가 보여준다ㅠㅜ)

한국의 신학자들이 '싸구려 값싼 경제 논리'에 눈이 가리워서

정말 필요한 가치있는 책들을 무시하고 있다니.......

가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