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le Study/구약 성서

왕상 22:13

진실과열정 2020. 1. 22. 09:22

"모든 예언자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아 만사가 왕의 뜻대로 되리라고 예언하였소. 그러니 당신도 그들과 같은 말로 일이 순조롭게 되리라고 예언하시오."(왕상 22:13, 공동번역)


성서를 읽는 중에 오늘의 우리와 유사한 부분이 나옵니다. 바로 왕상 22장에서, 전쟁을 앞에 두고 유다와 이스라엘의 왕들이 예언자의 신탁을 청하는 대목입니다. 고대사회에서 정치와 종교가 하나였듯이, (그리고 기록으로 남아버린 고대왕실에선 종교가 정치위에 있다고도 하겠는데), 고대서아시아에서 예언자의 신탁에 의한 전쟁은 보편적인 일이었습니다(겔 21:21-23). 하지만 문제는 정치꾼들은 어떻게 종교인들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지 도통했다는 것이지요. 방법은 쉽습니다: 예언자의 입에 고기를 물려주면 오케이(미 3:5). 자연스럽게 왕실은 예언자집단을 키웠고, 정치를 실행함에 있어서 예언자의 승인을 널리 알림으로써 모든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겠지요. 이들 예언자집단을 '왕실예언자'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는 성공한 계층이 되었지만, 실제로 그들은 '껍데기 예언자'이며 '왕실의 꼭둑각시'였습니다. 이러한 본질을 알았기에,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 사람들은 예언자들을 '미친놈'으로 취급했을 것입니다(왕하 9:11).


왕상 22장에서도 400명이나 되는 왕실예언자들이 왕앞에 모여서, 입에 발린 말을 지껄이고 있습니다(22:6): "올라가소서! 주께서 그 성을 왕의 손에 붙이시리이다!" 400명이 한 입으로 이렇게 외치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칼을 들지 않아도 이미 승리한 기분일 것입니다. 그런데, 역시 성서를 읽어갈 때는 '초장을 치는 맛'이 제일이죠! 딱 한 사람, '야훼의 예언자'는 어떻게 말할까 입니다(7절). 그 사람이 바로 '미가야'입니다(8절). 사실, 8절에서 한글성서는 '이믈라의 아들 미가야'를 처음에 떡하니 등장을 시키지만, 히브리어원어를 보면, 제일 마지막에 나옵니다. 이런거죠: 야훼께 물을 한사람이 있긴있다... 그런데 이놈은 나한테 좋은 말은 안하고 안좋은 일만 예언하지... 그래서 내가 이놈을 미워해.. 누구냐고?... 미가야!


이렇게 그려집니다: 왕실에서 어떤 고기를 물어다주어도 눈하나 껌뻑하지 않는 '거물기자, 미가야'가 청와대기자실에 초청을 받는 겁니다. 심부름꾼이 전후사정을 아니, 미가야에게 당부합니다(13절): "제발좀 봐줘요!(힌네-나) 예언자들의 말이 '여출일구'하여 왕에게 길하다 합니다. 당신도 같이 좋게 말해주세요~" 그러나 '거물기자, 미가야'는 신년기자회견에서 '깽판'을 놔버리고 말지요. (사실, 그 과정은 매우 극적입니다. 15절에서 미가야가 '같은 말'을 했지만, 그 대답이 마음에 없는 말이라고 왕은 눈치를 챘지요. 왜냐하면 15절에 '코 아마르 야훼' 혹은 '아마르 야훼'라는 예언자 신탁의 정형어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15절의 이 말은 미가야의 영혼없는 대답임을 왕 스스로가 알았고, 이윽고 하나님이 하실 일을, 하나님의 말씀(아마르 야훼)으로 미가야는 선포합니다.)


여기에서 일종의 언어유희를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13절에 나온, '여출일구(如出一口)'라는 표현입니다. 국어사전에는 들어있는 말이지만(여러사람의 말이 한결같음), 개역개정에서는 '하나 같이'로, 표준새번역에서는 '모두 한결같이'로 되었지만, 공동번역에서는 '한결같이 입을 모아'라고 했습니다. 개인적으론 독자들이 60년대 한자문화권이라면 '여출일구'가 적합하겠지만, 그나마 가까운 번역은 공동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원어는 '페(ph)-에하드' 즉, '한 입'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여기에서 나오는 입(페, ph)이 '왕실예언자'의 현실을 비꼬는 문학적 도구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미가야는 환상을 보고 사태를 파악했습니다. 왕실예언자들이 인간계의 왕실회의만 보았다고 한다면, 미가야는 천상회의를 본 참예언자이기 때문이었지요. 400명이 '한 입'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든 예언자들의 '입'에 거짓 영을 집어 넣었기 때문입니다(22-23절). 히브리어로 입(페, ph)이란 단어는 이 이야기에서 3번 나옵니다(13, 22, 23절). 그리고 재미있는 표현이 나옵니다. 바로 20절에 '꾀어내다'라는 단어입니다. 그 단어는 히브리어 '파타흐'(pth)로 입과 유사하지요. 역시 이 파타흐라는 단어가 3번 나옵니다(20,21,22절). 결국, 왕실이 400명을 이용해서 한입으로 전쟁승리의 신탁을 얻어내려고 했지만, 그것은 사실 야훼의 천상회의에서 벌어진 '아합 속이기'였던 것입니다. 일종의 '몰카의 시초'라고 할까요? 그래서 공동번역에서처럼, '한결같이 입을 모아'라는 번역이, 22, 23절의 계속된 '입'(페)과 연결이 되며, 그것은 본문에서 깊이 들어있는, 천상회의의 '꾀어내는'(파타흐) 작전과 맞아 떨어지게 됩니다. (개인적으론, '꾀어내는'으로 번역하기보다 '입질하다'로 했으면 어떨까... ㅋㅋ) 아합심판몰카대작전의 비밀을 홀로 알아버린 미가야가 소신을 밝힌다면 당하게될 조직적부조리를 분명히 알면서도, 굴복하지 않았던 것은, 자신의 정체성 때문일 것입니다. 미가야는 한낱 인간왕들과 왕실예언자 400명(이들은 아마도 왕상 18:19의 도망자들이 아닐까요?)앞에서 자신의 명함을 내던졌을 것입니다: "늬들이 감히 왕이냐? 예언자들이냐? 누가 야훼같을 수 있겠느냐(미카야훼)!"


만약, '거물기자, 미가야'가 청와대 기자실에 불려갔다면, 그래서 천상회의를 알려주고, 유쾌한 몰카를 성공했더라면 어땠을까 소설을 씁니다. 이런거죠. 미리 받은 질문지를 사용하되, 순서를 바꾸어서 전혀 새로운 의도의 질문을 만드는 겁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한글의 언어유희능력을 발휘하는 기자가 필요합니다.


한편, 이러한 미가야의 활약은 성서의 편집자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야기의 결론인 28절에서, 뜬금없는 구절이 나오기 때문이지요: "너희 백성들아 다 들을지어다 하니라" 사실 이 표현은 미가서 1장 2절에 나오는 말입니다. 이런거죠: 열왕기서의 편집자(신명기적 역사가)가 미가야를 12소예언서에 나오는 미가와 혼동했던 것이지요(참고, Karel van der Toorn, Scribal Culture and the Making of the Hebrew Bible, 2007: 174). 아마도 신명기적 역사가가 이스라엘 왕실역사의 의미를 기록해가면서, 이 부분에서 무엇인가 꿈틀거렸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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