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le Study/신약 성서

N.T. Wright의 '바울과 하나님의 신실하심'

진실과열정 2019. 8. 8. 12:43

학자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를 들자면, 탁월한 통찰력과 그 관찰을 설득력있게 일반화시키는 능력이라고 하겠지요. 그래서 우리는, 남들이 못보는 혹은 간과해버리는 그들만의 독특한 '현상읽기'를 뒤늦게 접하고, '역시 천재는 보는 눈이 달라'라고 감탄하기 마련입니다. 천재에서 '거인'으로 가느냐 혹은 '기인'으로 남느냐는, (개인적으론) 앞에서 언급한 '철저한 일반화 능력'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봅니다. 혹은 (달리 말해) 관찰(observation)이 개인적 집착(obsession)으로 머물때 '기인'으로 남으며, 일반화(generalization)에 성공할 때 그는 '거인'이 되지 않을까요.


사실, N.T. Wright의 '바울과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읽으면서, 머리를 떠나지 않는 생각이, '라이트는 기인인가 거인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요즘 라이트의 집착이 생각보다 심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지요. 신약이 구약이 거대서사안에서 재해석될 때, '상황화' 혹은 '근원적 메시지'가 더욱 빛이 난다는 해석적 경향이 오늘날처럼 강력한 시대는 또 없는 것 같습니다. (많은 연구들에 힘입어, 저도 개인적으론 요한복음의 기적사화가 신명기적역사서의 예언자[엘리사]의 기적과 평행하게 '의도'되었을 가능성을 심각하게 고려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아무래도 '뿌리'가 가지고 있는 '힘'을 간과할 수 없을테지요.


라이트는 바울의 세계관이 제2성전시대 유대교에 (태생적으로) 뿌리 박혔으며, (그러나) 부활한 메시야 예수를 경험함으로써 그것을 '개정'(revision)하는 차원에서 자신의 신학을 형성하였다고 큰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러므로 구약은 '폐기'가 아니라, 메시야 예수 안에서 하나님의 통치가 회복/실현되는, '그분의 신실하심으로 완성'되었다고 평가됩니다. (라이트의 통찰은 확실히 뛰어난 것 같습니다. 특별히 'How God Became King: The Forgotten Story of the Gospels'에서 통찰이 능력이 되는 순간을 확인합니다.) 그러한 주장의 논증을 위해서, 라이트는 바울 서신에서 '제2성전시대 유대교'를 부지런히읽어냅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그의 집착이 튀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그렇게 읽어낼 수 있겠다!'라고 무릎을 치게 만들지만, 다른 많은 부분에서는 (특별히 별다른 언급 없이, 단어 하나 평행하는 것을 가지고 진행할 때면) '박사님, 그건 좀 오반데요..'하게 만듭니다. (David Wenham, Paul: Follower of Jesus or Founder of Christianity?의 집착과 크게 다르게 보이지 않더라구요.)


라이트의 책을 읽으며, 상당히 많은 시간 동안 엄청난 도전(그의 멋진 번역!)과 씨름하며 어디에서도 누리지 못할 '은혜'를 선사 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 한켠 떠나지 않는 그림은, 그 옛날 바울이 '이방인 성도들'을 앞에 두고, 모세오경을 강해하며, 가끔씩 멀뚱멀뚱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이방인에게 어떻게하면 효과적으로 '제2성전시대의 유대교 세계관'이 하나님의 신실하심 가운데 메시야 예수를 통해서 성취되었는지를 고뇌했을지도 모를, 뜨거웠던 '초대교회 성경공부' 시간의 모습입니다. (한편으로, 구약이 '제2성전시대 유대교'로 국한되는 현실에 마음 아파하며, 끝이 모를 읽기는 계속 진행됩니다.)


201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