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하늘누림이야기]

'꽃보다 누나' 반성의 시선

진실과열정 2014. 3. 8. 04:22

예전에 아내와 함께 '꽃보다 누나'를 보았던 일이 기억납니다. TV가 제공하는 '간접경험'의 매력이 '꽃누나'에서 백퍼센트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저나 아내에게나) 잘 알려지지 않은 유럽의 몇 몇 나라들을 화면에서라도 지켜보며 희노애락을 같이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기억에 깊이 남는 것은, 오래된 문화유적 앞에서 연륜이 깊은 연기자들의 '어떤 반응'이었습니다. 아마 나였다면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대며 넘쳐나는 아드레날린을 주체할 수 없었을 것이겠지만, 한 분이 여행지 내내 이런 말을 푸념하듯 내뱉었습니다: "이것을 만들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했을꼬."

소위 '문명의 발전'이란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흘려야만했던 땀과 피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라고 갑작스럽게 의문이 생기네요. 위대한 국보는, 혹시 한사람의 탐욕의 화신은 아니었는지 말입니다. 아직도 그러한 탐욕의 손짓에 가슴 설레이는 나 자신 앞에서, 오랜 삶의 깊은 연륜을 가진 한 어머니의 탄식을 기억하게 되어서 감사하게 됩니다.

글쎄요. 우리의 아이들은 부모들이 이룩해놓은 것때문에 자신들이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아이들은 그들 앞에 펼쳐친 광활한 대지와, 부모들이 걸어갔던 올곧은 발걸음의 흔적으로 인해 기뻐하지 않을까요. '그들이 무엇을 남겼는지' 보다 '그들은 누구였는지'를 기억하게 하고 싶습니다. 예배의 감격에 빠져서 그 흥분과 은혜로 살아가며, 언제나 겸손하게 하나님께 무릎을 꿇고 간절하게 진실하게 기도하는 것, 만나는 사람 사람마다 반갑게 기쁘게 손을 내밀 수 있는 그런 여유, 바로 그러한 생명있는 신앙. 그것이 전부인 것 같네요.

(참. 아이러니인 것은 이런 생각과 결심은 언제나 개인적 지성의 허울좋은 탑을 차곡차곡 쌓아갈 때 반대급부로 생겨나는 것 같아서, 돌아보면 작위적이고 빛좋은 개살구였음이 뻔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마음 한켠으론 그나마 중심을 잡고자 하는 내면의 갈등과도 같은 것이기에, 이대로 묻어버릴 수는 없고 단지 삶의 끊임없는 기도로 매달리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