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독서] 좋은 책 이야기

기민석, 예언자-나에게 말을 걸다(2011)

진실과열정 2012. 2. 28. 15:30

무엇인가를 알아갈수록 그 심오한 깊이에 매료되어서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심오한 깊이를 누군가와 나누기에는 자신의 앎과 깨달음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새로운 한계에 부딛히게 되고 말지요. 목회자의 길을 걸으면서, 어쩌면 '바이블스페셜리스트' 혹은 '성서전문가'로 나 자신을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 매우 두렵기까지 하지요. 물론 목회자는 말 그대로 목회의 전문가라고 해야겠으며, 그렇기에 성서에 있어서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은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최근에 다니엘서 말씀을 묵상하면서, 목회자의 덕목 중에서 중요한 한가지를 다시 새겨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불신자가 보기에도, '신통한(spritual)' 사람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다니엘서 4장과 5장에서, 다니엘은 '신통한 사람'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다니엘)의 안에는 거룩한 신들의 영이 있는자라"(4:8,9,18). 어느 순간에만 반짝한 것이 아니라, 평생을 그렇게 살았으니(5:11), 저에게 큰 도전으로 다가옵니다.

 

 

 

예언서라는 분야는 숨겨진 역사적 맥락과 오랜 히브리 전통과의 연관성, 그리고 예언자 자신의 독특한 성향까지, 연구할 때는 참으로 가슴이 뜨거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며, 영이 충만함을 느끼곤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경험을 쉽게 나눌 수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지요. 그러던 중에, 기민석 박사님이 내놓은 '예언자, 나에게 말을 걸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아! 이렇게 쉽게 그리고 뜨겁게 예언서가 전달될 수 있구나!"라고 무릎을 치게 되었습니다. 저자인 기민석 박사님은 영국 맨체스터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신 분으로, 지적으로나 영적으로 배울 점이 참으로 많은 분입니다. 침신대 재학 중에 몇번 찾아가서 책 소개도 많이 받고 정보 습득 노하우도 얻기도 했지요. 개인적으로는 룻기원전석의 세미나를 인도하시기도 했는데, 그 때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게 원전의 세계를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동안 예언서가 어렵게만 느껴지거나, 혹은 영적으로 어떠한 교훈이 있는지 가늠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분들에게 좋은 책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예언과 예언자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각 예언서들의 역사적 배경 뿐만 아니라 현재적인 의미까지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균형이 잡히게 됩니다. 말 그대로 머리도 채워지고 가슴도 뜨거워지는 책이라고 하겠네요.

 

사실 이 책은 예언서를 소개하는 단계로 적합합니다. 이 책으로 예언자를 알았다고 생각하면 안되겠지요. 저자가 가끔씩 던지는 깊은 신학적 성찰들을 눈여겨 본다면, 이 책을 통해서 예언서의 세계로 들어온 것에 깊이 감사하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예언서의 참맛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단순해지고 명료해져야 하는 것이거늘, 점점 복잡해져만 가고 해결되지 않은 점들만 점점 쌓여만 가는 것을 느낍니다. 어쩌면 이 책을 통해서도, 하나님께서 그 많은 예언자들을 좀 쉽게 사용하시지, 각각의 독특한 캐릭터에 따라서 말로 할 수 없는 기구한 삶을 살게 하시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하나님의 특별한(?)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견해의 차이들이 얼마나 치밀하게 갈등하고 있는지를 확인해보면서, 삶은 복잡하지만 신앙은 단순해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책을 덮으면서 저자의 세계 이해에 동감합니다("이념적으로 보았을 때 성경에는 보수적인 제사장 계열의 신념과 급진적인 예언자 계열의 비판이 공존하는 것입니다," 314). 예언자적 목회자를 꿈꾸면서, 그러기 위해서 내 속에 거룩한 신들의 영이 충만하기를 오늘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