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쿠간의 구약개론은 부제에서 잘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역사적인 컨텍스트를 일차적인 해석의 열쇠로 잡고 있습니다. 고대근동 문학에도 일가견이 있는 학자이니만큼, 히브리성서의 시간적 공간적, 그리고 문화적 자리를 파악할 때, 비로소 그 의미도 합당하게 파악될 수 있다는 접근입니다. 저자인 마이클 쿠간은 하버드 교수로, 여러 책들을 썼고 편집하였습니다. 유명한 작품으로는,The New Oxford Annotated Bible (2001; 2007; 2010) 그리고 The Oxford History ofthe Biblical World (1998)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God and Sex: What the Bible Really Says (2011)라는 책을 쓰기도 하였습니다.
쿠간의 구약개론은 전에 잠깐 소개했던, John J. Collins의 구약개론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역사적인 컨텍스트를 소개하는 일에, 물론 문학적인 내용도 그냥 넘어가지는 않지만, 신경을 쓰는 편이지요("The principle of arrangement is chronological," xvii). 그런데, 아무래도 출판사의 편집에 의해서 책의 모양새가 확 바뀌는 것 같습니다. Collins의 개론은 Fortress Press의 야심을 드러내는 것인지, 정말 두껍고, 투박합니다. 그런 반면, 쿠간의 개론은 Oxford University Press에서 너무 잘 만들어냈습니다. 보다 작은 글씨체에 2단으로 편집해서 부피를 Collins의 것보다 1/4 정도 줄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페이지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요. 확실히 내용이 좋아도,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보기에 좋은 게 먹기도 좋은 것 같네요. 한가지 아쉬운 점은, Oxford에서는 개론서를 4년 주기로 새로운 버전을 내는 것 같습니다. 저는 2006년 판을 구입해서 공부를 했는데, 오른쪽의 사진은 2010년 2nd 버전인 셈이지요. 신약개론은 Bart Ehrman이 담당했고, 그 책은 5판까지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흠~ 출판사가 올림픽과 월드컵처럼 4년주기로 큰 장사를 해먹고 있네요.
쿠간의 구약개론은 시대적 배경에 따라서 만들어졌을 히브리 성서를 추적합니다. 그렇기에 고대근동의 세계관과 그에 따른 창조설화의 이해없이 창세기의 원역사를 접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일 수 있음을 말합니다. 많은 부분에서 고대근동의 창조설화속에 들어있는 신화적 요소들을 주목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 오경의 접근을 자료비평 방법에 근거하여 제시합니다. 일종의 '아직은 그냥 무시할 수 없는 연구의 출발점'인 셈입니다("Although over the last century individual scholars have often modified, supplemented, and corrected the classic formulation given by Wellhausen, the Documentary Hypothesis has been the point from which scholars begin," 29).
또한 저자가 구약성서의 중요한 본질을 인식하는 개념이 있는데, 바로 'anthology'입니다. 이 책 전반에 걸쳐서 저자가 보여주려고 했던 점은, 구약성서 내에 여러 번 반복되며, 흩어져 있으며, 수정되고 전수되는 과정을 통해서 볼 때, 수 없이 많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축적되어져 온 신앙의 명문집/선문집이라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서자체의 네러티브를 역사와 동일시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p. 79), 고고학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p.59), 고대근동의 문헌 역시 단순비교가 아닌 역사적 위치 안에서 조명되어야 함을 말합니다(p.81). 이러한 문학집적물로서의 성서 이해는 특별히 예언서와 성문서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이해를 돕습니다. 그러므로 복잡한 예언서의 최종 결과물을 놓고 그 구조를 분석하는 것은, 정말 오믈렛을 복원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서는 성서의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하기 보다는 논쟁적이 되는 부분들을 집어주고,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는 일에 무게를 둡니다.
이처럼 저자는 역사적인 배경 아래에서 성서가 생성되었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이스라엘 왕조가 건립되기 이전의 부분에 대해서는, 최근의 연구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하기도 합니다. 출애굽과 사사시대가 그것인데, 다음의 짧은 인용은 저자의 위치를 잘 대변해주는 것 같습니다(p.95):"Under the leadership of Moses, a small group of Hebrew slaves (probably a few hundred at most) escaped from their forced labor in the eastern Nile delta.They headed for one of the swamps or wetlands (the "Reed Sea") in the vicinity, pursed by their guards. Because they were on foot, the escapees were able to make their way through the swamp, but the Egyptians, in chariots, got bogged down and gave up the pursuit, so that the Hebrew got away. This event would have been relatively inconsequential to the Egyptians, but for those who escaped it was nothing short of a miracle." 사사시대와 같은 초기이스라엘이 반영된 성서 본문은 많은 부분에서 기원론에 관한 언급이 많은 관계로, 그것을 주의해서 일종의 '만들어진 역사'로 이해하기도 합니다("...its message is theological rather than historical," p.206). 틈틈히 box를 만들어서, 놓치지 말아야할 중요한 개념들은 정리해주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비평적인 입장에서 현재의 추세들을 잘 반영한 좋은 개론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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