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독서] 좋은 책 이야기

Norman K. Gottwald, [Tribes of Yahweh]

진실과열정 2006. 1. 20. 17:18

(*이 책의 구입에 대해서 다음을 클릭하세요: Tribes of Yahweh, A Sociology of the Religion of Liberated Israel, 1250-1050 BCE)

 

역사비평은 문학비평에 의해서 종종 환원주의로 오해를 받으며,

심지어 무모한 사람들로 인해서 '역사비평의 종말'을 선고받기도 한다.

이에 대해서 문학비평은 다분히 '성서론자'적인 위치를 고수할 뿐이다.

 

이는 마치,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처음 전쟁 장면과 (서극)의 '영웅'의 칼 싸움 장면으로 비교될 수 있다.

빗발치는 총탄세례 속에서 전우의 사지가 날아가 버리는 '리얼리티'가 '라이언..'의 정신이라면,

칼질 보다는 요란한 팔동작과 허공을 날아가는 공중부양의 '심미적' 아름다움이 '영웅'의 정신이겠다.

공통점이라면, 두 영화 모두에서 주인공(톰 행크스, 이연결 외 2인)은 죽게 되는 것 뿐이다.

물론 이것은 스타일의 문제일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어릴때 전쟁이야기를 듣는 것과 다 큰 다음에 전쟁이야기를 듣는 것에 엄연한 차이가 있지 않겠는가?

우리는 더 이상 '혼자만의 영웅'이 된 '람보'를 믿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이데올로기의 '희생물'이 된 '태극기 휘날리며'를 믿는다.

 

위의 비유가 역사비평과 문학비평에 정확히 맞아떨어지지는 않지만,

나에게 있어서 심미적 감흥과 실제적 도전은 '태극기...'에서 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성서연구에 있어서,

역사비평의 기여도는 그 위험도를 능가한다.

환원주의라는 함정을 벗어나기 위해서, 새로운 대안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1979년 갓월드 교수는 성서신학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만한 역작을 발표했다.

'야웨의 부족들'이란 제목의 이 책은 초기 이스라엘(국가형성전)의 형성에 대한 연구서이다.

그 전까지, 초기 이스라엘의 형성에 대해서,

성서의 '드러난' 일부분이 말하는 '정복설'을 지지하는 층과

성서의 '드러나지 않는' 일부분이 말하는 '평화적 이주설'을 지지하는 층으로 양분되어 있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갓월드는 기존의 성서 해석에 있어서 몇가지 핵심적인 부분을 재정립하면서,

'농민혁명설'이라는 새로운 제안을 내 놓았다.

이는 기원전 1250-1050년 당시에, 가나안의 도시국가들의 압제에 대항하여,

다양한 집단들(출애굽, 반-유목민, 샤슈, 하비루 등)에 의한,

야웨신앙(갓월드는 '평등주의, 호혜주의'로 요약한다)으로 뭉쳐진,

팔레스틴 고지대의 인구밀집(증가) 현상으로 풀어질 수 있다.

 

갓월드의 중요한 업적은

위의 주장을 위해서 '사회과학'이라는 새로운 접근을 체계적으로 시도했다는 점이다.

책의 분량이 보여주듯이, 갓월드는 논쟁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자신이 기존의 논지를 반박하며, 새로운 주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대단하다)

 

역사비평을 보다 입체적으로 완성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바로 '사회과학'이 된다.

물론, '사회과학'접근으로 고대 이스라엘을 완성할 순 없을 것이다.

브루지만(Brueggemann)이 자신의 구약신학에서 앞으로의 구약접근이 '사회과학'과 '수사학'의 접목에 있다는 점은 '역사비평'과 '문학비평'의 융합을 상상하게 한다.

 

 

 

 


 

(2013. 5. 21)

 

"I realize that what I am calling for is an enormous methodological shift for biblical scholars. It is not easy to shift from thinking of cultural and social realities deriving from beliefs about God to thinking of cultural and social realities as the matrices for spawning correlative beliefs about God." - Norman K. Gottwald, Tribes of Yahweh, 912.

 

신대원시절 구약이해의 눈을 열어주셨던 엄원식교수님께서, 졸업을 앞둔 3학년 구약신학 과목에서 자신의 일화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신대원 3년 동안 무슨 책이 가장 인상깊었는지를 먼저 물어보시고는, 특유의 포즈였던 먼 산 한번 바라보시고, 어렵게 입을 여셨지요: "나는 미국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는 날, 가장 소중했던 책 한 권을 아들의 품에 맡겨주었다." 바로 Norman K. Gottwald의 Tribes of Yahweh 였습니다. 당시 Gottwald의 Hebrew Bible 개론서를 공부하면서, 그동안 여러 학자들과 확연하게 다른 '방법론적' 혁신에 감탄만했었는데, 엄교수님의 새로운 도전은 아직까지 멀게만 느껴졌지요.

 

Th.M 논문을 쓰면서, 드디어, 힘들게 돈을 모아서, 당시 60파운드로 기억되는 그 책을 구입했습니다. 출간 20주년 기념으로 새로운 서문이 추가되어 등장한 책을 처음 받아봤을 때의 경외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으로, 두꺼운 부피를 감안해서 접착을 두껍게 잘 해주었어야 했는데, 읽다가 가운데부분이 '쫙~' 갈라져 버려서 얼마나 씁쓸했던지!) 사회과학을 바탕으로, 초기 이스라엘의 종교적 이데올로기를 학문적으로 탁월하게 제시한 연구서로, 어떻게 말하면, 갓월드는 구약학의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한 분이었습니다. 학자가 어떻게 자신의 논리를 차근차근 진행해가는지를 감탄을 마지하지 않으면서 읽어갔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미국으로 건너올때, 너무 무거워서 차마 엄두조차 못냈던 보물 1호가, 아마존에서 단돈 5불에 구할 수 있었습니다. 줄 하나, 그 흔한 이름 흔적도 없이, 약간의 누런 빛깔만 제외하면, 거의 완벽한 책이네요. 기회평등적 자유라는 이상을 학문적으로 또한 동시에 사회적으로 표출했던 '활동가'였기에, 그의 글엔 진실한 힘이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