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호수아 21장 36절에는 '살인자의 도피성 베셀'이란 표현이 없을까요?"
가나안 정복과 땅 분배를 모두 마치고 난 후에, 여호수아 21장 44-45절은 이렇게 요약합니다: "여호와께서 그들의 사방에 안식('메누하')을 주셨고 ...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족속에게 말씀하신, 선한 일이 하나도 남음이 없이 다 응하였더라('로 나팔 다바르 미 콜 핫다바르 핫토브')."
[[ 사실 이 부분(수 21:43-22:6)은 신명기적역사가의 해석이 들어간 구절입니다. 모세 바인펠트(M. Weinfeld 1992: 22)는 하나님의 모든 약속이 성취되었다는 표현이 신명기적역사가의 고유한 용어로 표현되고 있다고 면밀하게 조사하기도 했습니다(수 23:14; 삼상 3:19; 왕상 8:56; 왕하 10:10). 그러고 보면, 신명기적역사가에게 있어서, '모세-여호수아' 시대에 있었던 '안식(메누하)'이, 다름 아닌 '다윗-솔로몬' 시대에 똑같이 반복되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R. Albertz 2003: 291; cf. 수 21:44-45; 왕상 8:56; 여기에 보면, 안식[메누하]과 모든 선한 일[콜 핫다바르 핫토브]이란 표현이 똑같이 나옵니다). ]]
역사가의 입장에서, 여호수아 21장이 말하는 것과 같이, 레위 지파에게 48개의 성읍을 분배해주는 일이, 바로 하나님의 약속의 완성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레위 지파에게는, 하나님이 그들의 기업이 되시기 때문에(민 3:12-13), 별도로 부여된 기업이 없어야만 했지만(신 10:6-9; 그리고 민 18:20, 한편 이것은 민 16:14의 또다른 성취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양한 전승들에서는 레위 지파에게 성읍이 주어지는 것으로 '기정사실화'하기도 합니다(레 25:32-34).
어찌되었건, 여호수아 21장은, (13:33과 18:7에도 불구하고), 민수기 35장(6-7절)을 따라서 도피성 6개를 포함하여 도합 48성읍의 약속을 실천하는 말씀을 보여줍니다. 특별히 주목해야할 부분은, 6개의 '도피성'입니다. 여호수아 20장 7-8절을 보면, 요단서편에 '갈릴리 게데스,' '세겜,' '헤브론'이 있고, 요단동편으로 '베셀,' '길르앗라못,' 그리고 '바산 골란'이 선택되었습니다. 그래서 여호수아 21장을 보면, 13절에 '살인자의 도피성 헤브론'이 나오고, 21절에 '살인자의 도피성 세겜'이 나오며, 27절에 '살인자의 도피성 바산 골란'이 나오고, 32절에 '살인자의 도피성 갈릴리 게데스'가 나오며, 38절에 '살인자의 도피성 길르앗 라못'이 나옵니다. (** 그런데 다시 꼼꼼하게 읽어봐도 5개의 '살인자의 도피성'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문제는 36절에 있습니다. '베셀'이 바로 수 20:8에 나오는 '살인자의 도피성'임에 분명합니다. 그런데 왜 36절에는 '살인자의 도피성 베셀'이란 표현이 없을까요?
히브리어 성서(BHS)를 찾아보니, 36-37절이 상당히 작은 글씨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비평각주에는 상당수의 사본에서는 '나타나있지 않다'고 되어 있습니다. 사본학의 대가 임마누엘 토브(E. Tov 2012: 222-23)는 여호수아 21장 35-38절에서 '호모이오텔류톤(homoioteleuton)'이 발생하였다고 지적합니다. 이것은 '호모이스'(같다)+'텔류테'(종결)라는 말로, 끝이 동일할 때 발생하는 사본 전수(transmission) 상의 오류를 말하는 것입니다.
첫번째 그림(아래)을 보면, 히브리어 비평판본으로 완성된 구절이 보입니다. (히브리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게 됩니다.)
두번째 그림(아래)을 보면, 35절과 37절의 끝(텔류테)이 같음(호모이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럴 경우에, '유사문비' 즉 '호모이오텔류톤'이라는 '고급실수'가 고대 서기관들에게서 발생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여러분이 시편 136편을 카피한다고 할 때, 각 절이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니라'라고 끝이 나니까, 8절을 카피하다가 어느 순간에 9절을 건너 뛰고 10절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그런 실수가 가능하냐고요? 바로 여호수아 21장에서 그런 실수가 있었다니까요~ 임마누엘 토브는 이것을 '유사시작, parablepsis: scribal oversight'이라고 부릅니다.)
세번째 그림(아래)을 보면, 그래서 35절을 쓴 서기관은 36절(파란색 화살표)을 써야했지만, (37절의 끝을 보고) 그만 38절(빨간색 화살표)로 넘어간 것입니다.
네번째 그림(아래)을 보면, 서기관이 카피해야만 하는 히브리어가 오늘날처럼 편집이 잘된 상태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 모음도 없었을 것이고, 빈칸도 없었을 것이며, 따닥따닥 붙여진 장방형의 자음만을 눈이 빠지도록 보면서 작업을 했었기에, 우리가 네번째 그림을 봐도, 순간적으로 다음 줄(빨간색 화살표)로 넘어갈 실수는 충분하겠습니다.
다섯번째 그림(아래)을 보면, 그래서 결국 사본의 전수는 36-37절이 사라진 상태가 되고 말았던 겁니다.
여섯번째 그림을 보면, 다행히도(?) 역대상의 말씀에 유사한 부분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래서 후대의 서기관들은 이 문제를 결국 역대상의 구절(6장 78-79절)을 가지고 와서 해결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여호수아 21장 36절에는 '살인자의 도피성 베셀'이란 표현을 읽을 수 없고, 단지 '베셀'만 남게 된 것입니다. 이름모를 서기관의 실수는 안타깝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하나님의 오묘하심은 피할 길을 준비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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