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기 일식
전기가 없던 고대인들의 밤친구(?)는 어둠을 밝혔던 밤하늘의 달과 별들이었습니다. '총,균,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the World until Yesterday'라는 책에서, 비록 비교인류학적 접근이기는 하지만, 현대이전 사회의 인류학적 토대를 닦으면서, 그들이 어떻게 밤을 보냈을까라는 물음에 합리적인 답을 줍니다. 다이아몬드는, 고대인들은 밤에 금방 잠을 들지 않았으며,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누워서 아버지나 할아버지에 의해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구전전승의 완전성을 뜻하지 않습니다.) 밤은 낮동안 일어났던 경험들이 네러티브로 공동체화되며 정체성화되는 독특한 기간이었다는 말이지요.
고대사회를 이해하는데, 사실 '고대인의 천체인식' 만큼 기초적이면서 중요한 것도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들의 세계관을 형성했을 절반의 시간에 대해서, 밤을 낮처럼 살아가는 현대인의 눈에는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엘리사벳'이라는 이름이, '나의 신은(엘리) 북두칠성(일곱)'이라는 뜻에서 나온 것처럼, 의외로 고대의 밤을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사실 성서에서도 천체에 대해서 다양한 장르에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기록 초반의 언급은 천체의 기현상을 통해 야훼의 능력을 보여주는 '신의 주권'을 말합니다: 출애굽에서의 흑암(뭐, 먼지구름일수도 있지만), 여호수아의 올스톱(수 10:12-13), 시문에서도 천체는 야훼의 도구가 됩니다(삿 5:20). 성서를 기록했던 왕실의 서기관들은 야훼신앙속에서 세상만물의 질서를 정립하는데, 모든 만물들에 들어있었다고 생각되었던 '그들의 신성'을 제거하고 하나님의 피조물로 자리잡습니다(창 1:16; 시 8:4). 예언자들의 주된 소재들에서 등장하는 천체들 역시, 단순하게 문학적 기교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러한 레토릭 기저에 들어있던 고대인들의 천체이해를 야훼신앙으로 재사용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읽어야할 것입니다(사 9:2; 14:12ff; 24:23; 겔 32:7). 또한, 성서와 고대유물을 통해서 천체는 숭배의 대상이었음을 알게 됩니다(렘 7:18; 8:2; 겔 8:16). 성서기록 후반에 이르면, 별은 리더를 상징합니다: (논란의 여지속에서도) 발람의 신탁(민 24:17), 다니엘의 순교자(단 12:3), 그리고 박사들을 이끌었던 별들(마 2:10).
고대인들은 신화적 내러티브를 통해서 현상을 '이해'해왔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이해를 기초로 상황을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과학의 시대에 와서는 과학적 내러티브를 통해서 현상을 이해하게 됩니다. 과학의 장점은, 현상을 이해하는데 그 선택이 한두가지로 줄어들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달리 말하면, 고대인들의 이해는 해당공동체에 따라서 너무나 달랐습니다.
'토탈 이클립스'라는 주제가 대략 열흘 동안은 계속 입에 오르내리게 됩니다. 대략 2-3분 정도이지만, 태양의 빛을 가리는 달의 실력행사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ㅎㅎ '을(월)의 반격'이라고 하기엔, 지나친 비약이지만, 고대인들에게 엄청난 이야기거리가, 현대인에게는 과연 어떻게 기억이 될지 궁금합니다. 아이들 학교에서도 8월 21일에는 특별히 결석을 허용해준다고 하니, 조금 특이한 자연현상을 관찰하려고 합니다. 고속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하지는 않겠지요... (이거야 말로, 기이한 현상이겠네요~)
(사진은, 창세기판 오리지널 '알쓸신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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