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독서] 좋은 책 이야기

Baruch Halpern, David's Secret Demons: Messiah, Murderer, Traitor, King (2001)

진실과열정 2013. 8. 2. 04:23

 

 

   할펀은 확실히 익숙하지 않은 학자입니다. 다윗에 대한 할펀의 대담한 연구서(Baruch Halpern, David's Secret Demons: Messiah, Murderer, Traitor, King; 2001)를 통해서, 그는 몇가지 핵심적인 사항을 주장합니다.

 

   1) 성서텍스트의 연대기적 접근이 아닌 '주제적' 접근의 필요성: 우리가 사무엘서에 언급된 다윗(과 솔로몬) 관련 기록을, 연대기적 보고서로 읽어내려고 하지만, 할펀이 제시하는 것과 같이 꼼꼼하게 읽어낸다면, '주제적'으로 제시되었음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쉬운 예가 삼하 5장 14절에 '솔로몬'의 이름이 등장하지만, 실상 솔로몬의 출생은 훨씬 이후인 삼하 12장이죠. 할펀이 역점에 두고 있는 사항은, 고대서아시아(혹은 고대근동) 제국의 역사서술방식(특별히 비문기록)에 의거해서, 삼하 8장을 다윗 말년의 업적으로 두는 일이었습니다.

 

   2) 그러면서, 최근 고고학을 바탕으로 둔 '최소주의' 학파의 통일왕국 부재설에 대하여, 역사적 실존을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쉽게 말해서, 길게 이리저리 다루면서, 요약하면 내러티브의 역사성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사실, 최근 사회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접근하는 구약학계는 8세기를 유다/이스라엘 왕국의 태동기로 잡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저자가 주장하는 왕상 9:15의 므깃도나 하솔의 고고학적 자료가, 특별히 핑켈스타인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반대 주장의 근거로 사용되고 있지요(http://blog.daum.net/prophets/13415392). 할펀이 이 책의 부록으로 보다 전문적으로 다룰만큼 신경을 써야했던 사안임을 알게 됩니다.

 

   3) 그러면서도, 할펀 스스로 성서 내러티브를 '파라프레이즈'할 정도로 어리숙한 학자는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역사가'가 어떠한 사람인가를 정해놓고(바로 헤로도투스 스타일이죠), 새로운 다윗(과 솔로몬)을 발견합니다. 사실 이 부분은,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상당히 대담합니다. 다윗(과 그의 지지세력으로서의 기브온 지역)에 대하여 치밀하게 조사한 끝에, (사울과 달리!) 다윗을 정통 이스라엘 사람이 아닌, 블레셋 계열의 민족으로 제시하며, 더 나아가 솔로몬에 대해서도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데) 우리야의 아들일 것이라고 제시합니다(p.404에서 유대인 학자 특유의 조소를 느낄 수 있죠; [한편으로 조심스럽게 말하면, 최근에 한국에서 막장 드라마처럼 비춰지는 0다윗 목사님과 관련된 사건이 요상하게 비춰지네요]).

 

   다윗은, 성서를 읽어내려가는데 필수적인, 하나님의 길 중에 하나입니다. 다양한 집단이 저마다 다윗을 의지해서 그들의 정당성을 변호하였고, 다윗을 모델로 삼아서 미래의 빛을 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기록된 첫 복음서 '마가복음'에 따르면, 예수님은 다윗계열의 사람으로 불려지기를 거부했다고 읽어낼 수 있습니다(막 12:35-37): "예수께서 ... 가라사대 '어찌하여 서기관들이 그리스도를 다윗의 자손이라 하느뇨? (시 110편 1절 인용) 다윗이 그리스도를 주라 하였은즉 어찌 그의 자손이 되겠느냐! 하시더라. 백성이 즐겁게 듣더라" (사실, 현대교회는 이 대목에서 정색을 하지요. 한편, 이 구절에 대해 Paula Fredriksen[Jesus of Nazareth, King of the Jews, 1999:141]은 마가의 예수는 다윗의 자손이 아닌 갈릴리 나사렛 예수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해설합니다. 혹은 마가복음의 편집비평을 본다면, 앞선 '하나님 나라'(28-34절)가 이후의 '종말론적 심판주로서의 예수'(38-40)와 연결되는 과정에서 예수님의, 다윗을 초월한, 우주적 왕적 통치를 예견하는 편집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J. Marcus, The Way of the Lord, 1992:135].)

 

   "호기와 무용과 구변이 있는 준수한 자"에서(삼상 16:18), "피를 흘린 자"까지(삼하 16:7), 확실히 다윗을 담아내기에는 여전히 그의 과거가 미스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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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고 있는 책은, Baruch HalpernDavid's Secret Demons: Messiah, Murderer, Traitor, King (2001)이란 책입니다.

할펀은 유대인으로 히브리 성서학과 고대 근동 역사에 한 몫하는 (좀 된) '소장파'라고 여겨집니다(이젠 '중진'이라 해야겠네요). 특별히 그의 글을 읽다보면, 조금은 현학적이면서 난잡하게 이쪽저쪽을 두루 언급하는 '전문성'에 놀라곤 하는데요, 이 책도 역시 그의 독특한 논리와 필체가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부제목에서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처럼, 이 책은 파격적입니다. 성서 텍스트를 있는 그대로 배껴쓰는 방식이 아니라, 투키디데스보다 헤로도투스에 가까운, '역사가'의 입장에서 텍스트를 접근합니다. 그래서 1) 상대방에 의한, 혹은 패자에 의한 역사 거꾸로 읽어보기(연쇄 살인범, 다윗), 그리고 2) 고대 아시리아 제국의 역사편찬 방식, 특별히 '티글랏 빌레셀 원칙'을 적용해서, 고대 왕실의 프로파간다를 해체하는 방식으로 다윗 역사편찬(특별히 삼하 8) 읽기가 독특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직 결론까지 다다르지 못했으나, 무엇보다도 팩트에 매달리지 않은 '역사' 이해가 어떻게 성서이해에 도움을 주는지, 그리고 (저자의 주된 목적중에 하나인) 사무엘서가, 최근에 제기되는 '최소주의자'8세기 기록설에 대비되어, 10-9세기에 기록되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할펀의 '끝없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과연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그의 논지를 명쾌하게 따라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예전에 존경하는 교수님이, 할펀 식으로 글을 쓰지 말라고 했는데, 이제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이면'을 가진 글의 위력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