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히브리어 강독 세미나(2009.10.4)
담당교수: 기 민 석 교수
발표자: 양지웅(Ph.D., 구약학 4학기)
룻기의 문학적 특징
1. 문학적인 면에서 본 룻기 개관
이 글은 룻기의 문학적 특징을 연구한 것이다. 이 말은 룻기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를 상당 부분 규정하고 있다. 즉, 룻기를 ‘문학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다른 접근들-전통적 혹은 역사적 혹은 우화적-보다 더욱 효과적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사실 앞에서 제시된 해석들은, 유대교 전통을 일차적인 기준으로 설정하거나 혹은 문자를 지나치게 역사화해서 읽어가거나 혹은 문맥과 관계없이 영적으로 이해하려고 하였다. 그래서 유월절과 장막절이라는 이스라엘의 영적 순례 과정에서 하나님과 그의 백성 사이의 영원한 결혼이라는 주제가 확장된 것으로 읽거나,1 칠십인 역의 정경을 따라서 사사기와 사무엘서 사이를 연결하는 시대를 보여주는 역사적인 정보로 이용되거나,2 혹은 그리스도의 헌신적인 사랑을 빗댄 말씀으로 포장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최근에 학자들은, 독일의 대문호 괴테(Goethe)가 룻기를 두고 “구약에서 가장 아름다운 완전한 단편(little whole)”이라고 평가한 것에 다시 주목하게 되었다.3 따라서 월터 부르거만(Walter Brueggemann)은 “룻기는 반드시 하나의 이야기로써 그 진가를 인정받아야만 한다”고 말한바 있는데, 이는 이야기가 언술되는 과정에서 가능한 모든 재미있는 것들과 솜씨 좋은 표현들이 포함된 흥미로운 내러티브로 읽혀야만 한다는 뜻이다.4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종교적인 선이해와 언어적인 한계로 인하여 룻기라는 문학이 가지고 있는 풍성한 미학과 섬세한 의미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히브리어 성서로 읽어나갈 때 얻을 수 있는 문학적 맛과 멋을 파악하고자 한다.
일단 룻기의 장르를 생각해 본다면, 학자들은 저마다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하고 있다. 즉, ‘짧은 이야기(short story)5,’ ‘확장된 비유(extended parable)6,’ ‘대중적 전설(popular legend)7,’ ‘민간설화 형식(folktale model)의 이야기8,’ ‘교훈적인 짧은 이야기(edifying short story)9,’ ‘산문 소설(prose fiction)10,’ ‘역사적 허구(historical fiction)11’ 등 통일된 의견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확실히 역사적인 보도문(historical report)이라기보다는 문학작품(Novelle, 소품[小品-규모가 작은 간결한 작품])으로 보는 것을 선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12 한편 에드워드 캠벨(Edward E. Campbell, Jr.)은 소품으로 보기에 과장이나 전설적인 부분들이 적다는 이유로 ‘역사성이 있는 짧은 이야기(historical short story)’로 규정한다.13 이렇게 볼 때, 룻기의 장르는 의견일치가 요원하다는 잭 새슨(Jack Sasson)의 단언이 유효하다고 하겠다.14 그럼에도 연구자는 구조분석 연구를 통해서, 그리고 특별히 이야기 진행 방식에 있어서 내레이터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아래를 보라). 그럼으로 룻기의 장르를, 한국 고전의 ‘판소리’와 같이 내레이터가 직접 작품세계에 등장하며 진행하는,15 일종의 ‘일인극’으로 생각해볼 수 있겠다.
2. 룻기의 구조
학자들은 룻기가 보여주는 명쾌한 사건 진행과 비교적 단순한 플롯을 통해서 어렵지 않게 구조를 분석하고 있다. 바바라 그린(Barbara Green)은 7가지 플롯의 정석을 제시하고는, 룻기 이야기를 거꾸로 읽어나가면서 자신이 제시한 플롯의 원칙에 충실하다고 평가한다.16 대다수의 학자들은 일관된 목소리로 대칭 구조(symmetrical design)를 말하고 있는데, 이렇게 볼 때, 주된 전략은 이러한 대칭적인 면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그려내는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스테판 바트만(Stephen Bertman)은 짧은 연구를 통해서, 룻기도 히브리 시문의 평행법과 유사한 원리를 따라서, 1장과 4장 그리고 2장과 3장의 대칭되는 구조를 간략하게 제시하고 있다(A-B-C-C'-B'-A').17 바트만의 연구는 이후로 루터(A. Boyd Luter)와 리그스비(Richard O. Rigsby)에 의해서 보다 철저하게 진행되었는데, 이들은 교차대구식의 구조를 제시하였다.18 칼로스 보벨(Carlos Bovell) 역시 룻기의 기본적 패턴이 대칭 구조임을 인정하면서, 특별히 1:1-6의 초점이 오르바와 룻의 대칭적 관계에 집중되어 있어서, 궁극적으로는 룻을 통한 다윗 왕국의 재건을 의미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하였다.19 이렇게 대다수의 학자들이 룻기의 구조를 대칭 구조로 분석하고 있지만, 연구자가 보기에, 앞에서 진술하였던 룻기의 장르와 연결되는 부분을 지적하는 데까지는 연구가 발전되지 못한 것 같다. 다시 말해서, 룻기가 매끄러운 이야기 전달을 위하여 다양한 방식의 기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아래를 보라), 이러한 단순한 대칭 구조의 지적은 과녁의 정중앙만 의미 있는 대상으로 만들고 마는, 일종의 의도하지 않는 효과를 발생시키고 마는 것이다.
한편 다른 학자들은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흐름을 중심으로 구조를 파악하기도 한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한 것을 <표 1>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레데릭 부시 (Frederic Bush)20 |
장면 1 |
장면 2 |
장면 3 |
1:1-6 2:1-3 3:1-5 4:1-12 |
1:7-19a 2:4-17a 3:6-15 4:13-17 |
1:19b-22 2:17b-23 3:16-18 4:18-22 | |
돈 C. 벤자민 (Don C. Benjamin)21 |
위기 |
절정 |
결말 |
1:1-7 2:1-3 3:1-9 4:1-4 |
1:8-18 2:3-7 3:9-13 4:5-12 |
1:19-22 2:8-23 3:14-17 4:13-22 |
이들이 제시한 구조는 각 장을 3부분으로 나눈 것인데,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차이를 보이지만, 비교적 ‘배경-진행-결과’의 구조로 진행됨을 알 수 있다.
연구자는 위에서 제시된 대칭 구조가 제시하는 명쾌함과 흐름 중심의 서술이 보여주는 이야기라는 본질이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연구자는 아래의 <표 2>와 <표 3>에서 룻기의 구조를 제시하고자 한다. 연구자는 룻기를 각 장에 따라서 크게 4부분으로 나누어 보았다. 차이가 있다면, 처음과 마지막 부분을 서기관의 편집으로 생각하였다는 점이다(1:1aα; 4:18-22). 각 장은 ‘설정-전개-평가’의 구조로 볼 수 있는데, 여기에서 ‘전개’는 갈등의 요소(1,4장)와 일방적 흐름(2,3장)으로 대칭되고 있다. 또한 각 평가는 이후의 장을 준비하고 있다(연구자는 ∬표시를 사용하였다; 1:22; 2:23; 3:18).
편집 |
설정 |
전개(갈등/일방) |
평가 |
편집 |
1:1aα |
1:1aβ-5 2:1-3 3:1-7 4:1aα |
1:6-18 2:4-18 3:8-15 4:1aβ-12 |
1:19-21 (∬22) 2:19-22 (∬23) 3:16 (∬17) 4:13-17 |
4:18-22 |
보다 자세한 사항을 위해 아래의 <표 3>을 보자.
제 목 |
소제목(장절) |
세부내용 |
문학적 특징 | |
서기관 편집 |
1:1aα |
사사들의 시대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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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과부들의 초라한 귀환 |
설정 |
모압에서 잃어버리다 (1aβ-5) |
삶을 위하여(1aβ≒2)
죽음의 결과(3-5) |
남자중심 םשׁ ->(모압: ‘아버지로부터’) 여자중심 הידלי ..מ השׁאה ראשׁתּו |
전개 (갈등) |
과부들이 선택하다 (6-18) |
혼자 가려하다(6≒7)
a [나] “돌아가라” (8-10)
⇒ 울다
⇒ [오/룻] “아니오”
a' [나] “돌아가라” (11-14)
⇒ 울다/오르바의 선택
a" [나] “돌아가라” (15)
⇒ [룻] “아니오” (16-17)
같이 돌아가다(18) |
언어유희(םחל םהל תתל)
דסח החוּנמ (3:1b)
שׁיאל תויהמ יתכקז (4:16) שׁיאל היה (4:13)
ירח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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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
사람들이 슬퍼하다 (19-22) |
[여] “나오미?”(19)
[나] “마라!”(20-21)
∬ 베들레헴의 상황(22) |
הוהי ⇔ ינא םקיר (2:18) הוהיו ימע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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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보아스의 은혜를 받는 룻 |
설정 |
보아스의 밭에서 (1-3) |
엘리멜렉의 씨족: 보아스(1)
[룻] “은혜 받고 오겠소”(2)
엘리멜렉의 씨족: 보아스/우연(3) |
ועבּ ⇔ ימענ ליח שׁיא (3:11) ןח אצמא (2:10,13)
ירהא & הרפמ |
전개 (일방) |
보아스에게 룻이 은혜를 얻다 (4-18) |
[보][일] 보아스의 인물됨(4)
[보][일][룻][일] 룻을 알림(5-6)
a [보] “여기 붙어라”(8-9)
[룻] “은혜에 황송”(10)
a' [보] “야웨의 상급”(11-12)
[룻] “은혜에 황송”(13)
b [보] “먹어라”(14a)
⇒ 룻: 배부르게 먹음(14b)
b' [보] “베고 주워라”(15-16)
⇒ 룻: 풍성한 수확(17-18) |
הנּה
קבדּ ; 문미형 어미 ן 사용(고어체 형식)
언어유희(הירכנ ... ינריכהל) ןח יתאסמ 언어유희(תומ ירהא ךתומח) ויפנכּ־תחתּ תוסחל (3:9) ןח אצמא
טקל 6번 사용
העבשׂמ (3:17) | |
평가 |
음식이 해결되다 (19-23) |
a [나] “안부와 축복”(19a)
⇒[룻] “보아스”(19b)
[나] “찬송” (20a)
b [나] “우리 친족”(20b)
⇒[룻] “보아스의 친절”(21)
[나] “좋다”(22)
∬ 룻: 끝까지 붙어있음(23) |
בורק (3:12)
קבדּ
קבדּ | |
3장: 보아스의 약속을 받는 룻 |
설정 |
보아스의 발에서 (1-7) |
[나] “더 좋은 삶을 위하여”(1)
“밤에 보아스와 누워라”(2-4)
⇒[룻] “오케이”/실천(5-6)
비밀리에 다리를 들고 눕다(7) |
חונמ
תבכשׁו ויתלגּרמ תילגו תאבו (7절)
בכשׁתּו ויתלגּרמ לגתּו טלּב אבתו |
전개 (일방) |
보아스에게 룻이 약속을 얻다 (8-15) |
웬 여인(8)
[보] “누구?”(9a)
⇒[룻] “룻/고엘”(9b)
[보] “축복과 좋은 평가”(10)
“인정받은 여인이여”(11)
“고엘의 약속”(12)
“맹세하리다”(13)
룻: 눕고 일어서다(14a)
[보] “들키지 마라”(14b)
[보] “이것 받아라”(15a)
보: 풍성한 음식을 주다(15b) |
הנּה
ךפנכ תשׂרפו
דסח; 언어유희(ןושׁארה־ןמ ןורחאה)
ליח תשׁא (4:11)
בור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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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
계획이 해결되다 (16-18) |
[나] “누구?”(16)
⇒[룻] “음식을 주더이다”(17)
∬ [나] “일의 진행을 보자”(18) |
םקיר ... לא (4:16)
| |
4장: 과부들의 화려한 변신 |
설정 |
문에서 (1aα) |
보아스가 자리를 잡다(1aα) |
רעשׁה (cf. םירעשׂה־שׁשׁ 3:17) |
전개 (갈등) |
남자들이 선택하다 (1aβ-12) |
a [보] “아무개여 앉으라”(1aβ)
“어른들이여 앉으시오”(2)
b [보] “그 밭/ 네가 해라”(3-4a)
[아] “내가 하겠다”(4b)
b' [보] “그렇다면, 룻도 있다”(5)
[아] “못한다/ 네가 해라”(6,8)
[신발에 관한 관습(7)]
a' [보] “당신들 증인이오”(9-10)
[노] “라헬/레아”(11)
“페레스: 다말/유다”(12) |
הנּה
ינמלא ינלפ
주어강조
주어강조
תאזו תאזו
םויּה םתא םידע .. םויּה םתא םידע
התרפאב ליח־השׁע
ערוה | |
평가 |
사람들이 기뻐하다 (13-17) |
결혼과 임신(13)
⇒ [여] “야웨게 영광”(14)
“노년의 행복”(15)
나오미가 아들을 안다(16)
⇒ [여] “오베드!”(17) |
השׁאל וֹל יהתו
דליּה־תא ימענ חקּתּו תנמאל וֹל־[היה] ימענל ןב־דלי => דבוע םשׁ | |
서기관 편집 |
4:18-22 |
족보: ①페레스-②헤쯔론-③람-④암미나답-⑤나흐숀-⑥살마-⑦보아즈-⑧오베드-⑨이세-������������다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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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3> 보다 자세하게 제시한 룻기의 구조
<표 3>은 룻기 내러티브의 내용과 구조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4개의 큰 이야기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크게 보아서 1장에서 시작된 두 과부의 운명이 4장에서 어떻게 해결되고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즉, 1:5의 두 아들들(הידלי)로부터 남겨진 이름조차 내세울 수 없는 한 여인의 기구한 운명이, 4:16에서는 “나오미가 그 아들을 취했다”라는 표현을 통해 역전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장과 3장은 이러한 역전의 상황을 자연스럽고 드라마틱하게 제시해준다. 자연스럽다는 말은 매 장면이 뜬금없이 소개되는 것이 아니라, 각 장의 마지막 절에서 다음의 장면을 예고하고 있다는 뜻이다(1:22; 2:23; 3:17). 그러므로 룻기는 하나의 통일성을 보여주게 된다. 그리고 드라마틱하다는 말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제시된 등장인물과 사건들이 적절한 긴장을 유발시키고 있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면, 1장과 4장의 진행과정은 ‘갈등’의 형식을 보여준다. 만약 시어머니의 계속된 권유를 이기지 못하고(1:11-13에서 시어머니는 세 번에 걸쳐서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룻이 고향으로 돌아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만약 이름 없는 법적 책임자(고엘)가 보아스의 자신 있는 태도(4:4a)에 도전을 받아서 계속해서 자신이 책임자라고 주장하였다면(4:4b) 어떻게 될 것인가? 이렇게 볼 때, 룻기 내러티브는 초반에 등장하는 두 과부의 애절한 운명의 상황을 들은 청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재미와 긴장이 들어있다고 하겠다.
3. 룻기의 대화체
연구자는 앞에서 룻기의 장르를 ‘일인극’으로 제시한 바 있다. 위의 <표 3>의 구조에서, [ ]는 대화체를 나타내는 표시인데, 한 눈에 보기에도 룻기의 상당 부분이 대화체로 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조금 자세하게 말하면, 전체 85절중에 59절(69%)이 대화체이다.22 이렇게 대화체의 형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사건의 진행만을 서술하는 보도방식의 이야기와는 효과적인 면에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더 나아가 이야기꾼이 묘사하는 등장인물들도 천편일률적으로 정형화되지 않고, 각 인물의 특색을 유지하고 있음도 주목할 만하다. 다시 말해서, 나오미가 입을 여는 경우엔, 나이 든 여자의 히스테리를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말을 많이 하고 또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알 수 있다(1:11-13; 1:21). 의심도 많지만(2:19a; 3:4[Ketib]; 3:16), 논리적으로 사고하며 진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3:2; 3:18). 무엇보다도 나오미는 자신이 신의 권위적인 세계 아래에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철저하게 인식하는, 매우 종교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1:13; 1:21[여기에서는 의도적으로 ‘나’와 ‘야웨’와의 공간적 간격이 최대로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나타낼 경우엔 ‘샤다이’라는 표현으로 둘러말하고 있다]; 2:20[야웨의 헤세드에 감사하고 있지만, ‘죽은 자’를 언급함으로써 과거의 상처가 아직도 치유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편, 보아스의 경우엔, 이야기꾼의 직접적인 언급이외에도(2:1의 ליח רובּגּ שׁיא), 여러 가지 대화를 통해서 마음이 넉넉하고 온화하며 신앙심이 깊은 전형적인 인물임을 알 수 있게 된다(2:4; 2:14; 3:10). 주목할 점은 보아스가 처음으로 룻에게 말을 거는 부분에서, 고어체적인 어투로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2:8-9). 즉 세 개의 동사에서 문미형 어미 ן이 첨가된 방식으로 제시되고 있는데(ןיקבּדת, ןורצקי, ןובאשׁי), 이를 통해서 점잖은 신사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보아스는 도덕적으로는 윤리적이며, 성품으로는 주도적인 인물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꽃단장을 하고 한밤중에 찾아온 룻을 손대지 않은 것에서(3:14) 또한 자신보다 더 가까운 친족이 있음을 ‘진실하게’ 말해주는 것에서(3:12) 보아스의 윤리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보아스는 4장에서 주도적인 인물로 나타나고 있는데, 자신이 손수 자리를 만들고(4:1,2), 특별히 4:4에서는 ‘내가’(ינא, יכנא)를 사용하면서 주도적인 모습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룻의 인물됨은 외부적 평가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히브리 성서의 전형적인 표현인 얼굴이 예쁘다는 평가는 룻기에서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룻의 성격은 대화에서 드러난다. 룻은 매우 순종적인 인물이다. 룻은 말한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룻은 보아스의 고어체식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으며(2:21), 시어머니의 명령을 하나도 빠짐없이 실천하고 있다(3:5). 또한 룻은 대범한 성격도 있음을 나타내 보여준다. 즉, 자신의 신이나 죽음까지도 시어머니와의 관계를 깨뜨릴 수 없다는 고백에서(1:16,17), 그리고 통상 이삭을 줍는 일만 허락되는 상황에서 곡식 다발을 추수할 수 있는 권리까지 허락을 요구하는 모습에서(2:7) 그러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주요한 인물들 외에 주변인물들의 대화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들은 ‘이름 없는 아무개’나 혹은 단지 ‘여성들’이나 ‘하인들’이다. 이렇게 볼 때, 이들은 치밀하게 구성된 인물로 보기 어려우며, 이야기꾼이 즉석에서 활용할 수 있는 표현기술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룻기 자체가 저잣거리에서 손쉽게 통용되는 놀라운 현장성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대화를 통해서 룻기는 다양한 인물을 효과적으로 소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 룻기의 야웨신앙
룻기에서 야웨는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대화 안에서 등장하므로, 간접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야웨는 전반적으로 등장하면서 룻기의 신학적 기여도를 높이고 있다. 다시 말해서 야웨와 관련된 본문은 1:6; 1:8b; 1:9a; 1:13; 1:16; 1:21; 2:4; 2:12; 2:20; 3:10; 4:11; 4:12; 4:14이다. 여기에서 야웨와 관련된 심오한 신학을 말하는 것은 무리라고 하겠으며, 중요한 점으로는 나오미와 룻에게 있어서 야웨를 지칭하는 다른 표현을 사용하고 있음을 지적할 수 있겠다. 즉, 나오미는 1:21b에서 야웨의 다른 표현으로 샫다이(ידּשׁ)를 사용하고 있으며, 룻은 1:17b에서 역시 야웨의 다른 표현으로 죽음(תומּה)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여인들의 경우에 있어서 신적인 감각이 남성들의 그것보다 더욱 현실적이며 뛰어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볼 때, 여성들에게 있어서 야웨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며, 배후에서 작업하시는 분으로 나타난다고 하겠다. 사실 룻기의 이야기꾼은 직접적으로 ‘우연히’(הרקמ)라든지(2:3), ‘보라!’(הנּה, 2:4; 3:8; 4:1)와 같은 단어를 통해서 내러티브의 흐름을 신적인 개입이 있는 것처럼 유도하고 있다. 특별히 연구자는 ‘보라!’ 혹은 일종의 ‘추임새’와 같은 표현에 주목하고자 하는데, 구조에 있어서 새로운 장을 여는 기능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임새는 청자의 주목을 끌며, 새로운 이야기의 전개를 진행하는데 좋은 도입이 된다.
5. 룻기의 장소
룻기는 배후에는 신비로운 신적인 세계가 그려지고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여러 장소가 이동되고 있는 일종의 ‘로드 무비’와 같다. 추상적으로 말하자면, 아버지의 세계에서부터(모압) 어머니의 세계로 이동하지만 그 불안정함은 결국 베들레헴의 남자의 공간에서 채워지게 된다. 이렇게 볼 때, 여성의 장소는 실제적으로도 불안정한 공간이지만, 문학적인 표현에서도 효과적으로 나타내 보여주고 있다. 일단 이들은 먹을 것이 없으며(2:2), 가문을 이을 자손이 없었다. 모압의 들판(באומ ידשׂ)은 내놓는 것이 없었지만, 베들레헴의 들판(זעבל הדשׂה תקלח)은 풍성하였다(2:3). 룻기에서 들판이라는 장소가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넉넉함이라는 공간 구성이 이야기꾼에게 매우 시급했던 이슈였다고 생각된다. 또한 베들레헴은 남자들이 넉넉한 공간으로도 그려지고 있다. 보아스와 남자일꾼, 장로들과 이름 없는 ‘아무개’를 포함해서 베들레헴은 남자들의 세계이다. 결국 나오미와 룻도 이러한 세계에서 안정적인 환경을 꾸며나가게 되는 장면에서 청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한편, 이러한 복귀는 남성중심적인 세계를 무조건적으로 표방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야기꾼은 השׁאל וֹל־היה라고 하면서, 이중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4:13).
6. 결론
연구자는 지금까지 룻기의 문학적 특징들을 조사하였다. 무엇보다도 룻기의 구조분석을 통해서 하나의 잘 짜여진 ‘일인극’으로 효과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위에서 언급했던 내용들 말고도 다양한 주제들이 산적한 것이 사실이다. 룻기의 이야기꾼은 잘 쓰지 않는 표현들 다시 말해서 어색한 표현들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 문법보다는 수사적 기능을 선택하는 매우 실용적인 전략가임을 알 수도 있다. 또한 ‘catch word’를 분석할 필요도 있는데, 예를 들면, ירהא가 지속적으로 쓰이면서, 과연 누구를 따라가야 할 것인가라는 실천적인 도전도 주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룻기는 신적인 질문과 함께, 윤리적인 반성을 하게하며, 더 나아가 현재의 약자들을 위로하는 훌륭한 문학이라고 하겠다.
- Haim Chertok, “The Book of Ruth-Complexities Within Simplicity,” Judaism (n.b.), 290-7. [본문으로]
- Eugene H. Merrill, “The Book of Ruth: Narration and Shared Themes,” Bibliotheca Sacra April-June (1985), 130-41. [본문으로]
- Edward E. Campbell, Jr., Ruth: A New Translation with Introduction and Commentary (New York: Doubleday & Company, Inc., 1975), 3. [본문으로]
- Walter Brueggemann, An Introduction to the Old Testament: The Canon and Christian Imagination (Louisville: Westminster John Knox Press, 2003), 320. 강조는 원저자의 것이다. [본문으로]
- Lawrence Boadt, Reading the Old Testament: An Introduction (New York: Paulist Press, 1984), 500; 수잔 니디취, “지혜로운 영웅들에 대한 설화들,” 더글라스 나이트·진 터커 편, 「히브리 성서와 현대의 해석자들」, 박문재 역 (서울: 크리스챤다이제스트, 1996), 498. [본문으로]
- Kathleen A. Robertson Farmer, “The Book of Ruth,” Leander E. Keck eds., The New Interpreter's Bible: Volume II (Nashville: Abingdon Press, 1998), 891; Don C. Benjamin, The Old Testament Story: An Introduction with CD-ROM (Minneapolis: 2004), 165. [본문으로]
- J. Alberto Soggin, Introduction to the Old Testament (3rd. ed.; Louisville: Westminster/John Knox Press, 1989), 458. [본문으로]
- Jack M. Sasson, Ruth: A New Translation with a Philological Commentary and a Formalist-Folklorist Interpretation (2nd. ed.,; Sheffield: Sheffield Academic Press, 1995), 214. [본문으로]
- Frederic Bush, Ruth, Esther (Texas: Word Books, 1996), 46. [본문으로]
- John J. Collins, Introduction to the Hebrew Bible (Minneapolis: Fortress Press, 2004), 529. [본문으로]
- Michael D. Coogan, The Old Testament: A Historical and Literary Introduction to the Hebrew Scripture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6), 226. [본문으로]
- 이러한 중편소설(Novelle)과 같은 문학작품이 나타나게 된 시대적 배경으로, 보우트는 헬레니즘의 영향을 절대적인 것으로 보고 있으며, 룻기 역시 이 시대에 기록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Boadt, Reading the Old Testament, 496-7). 한편, 헬라시대의 중편소설(Novelle)에 대한 분석으로 다음을 참조하라: Erich S. Gruen, “Novella,” J.W. Rogerson and Judith M. Lieu eds., The Oxford Handbook of Biblical Studie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6), 420-31. [본문으로]
- Campbell, Ruth, 3-4. [본문으로]
- Sasson, Ruth, 197. [본문으로]
- 기민석, “‘룻기 듣기,’ 그 이야기와 여성 문제,” 「복음과 실천」, 44집 (2009), 73. [본문으로]
- Barbara Green, “The Plot of the Biblical Story of Ruth,” JSOT 23 (1982), 55-68. 여기에서 제시된 플롯의 7가지 규칙은, ①자연스러운 연결, ②긴장의 연속, ③여운을 다시 집어 보기, ④진실성과 신뢰감, ⑤이해의 한계성, ⑥만고불변의 사랑의 원칙, ⑦당시의 규칙과의 상관성이다. [본문으로]
- Stephen Bertman, “Symmetrical Design in the Book of Ruth,” JBL 84 (1965), 165-8. [본문으로]
- A. Boyd Luter and Richard O. Rigsby, “An Adjusted Symmetrical Structuring of Ruth,” Journal of the Evangelical Theological Society 39/1 (March 1996), 15-28. [본문으로]
- Carlos Bovell, “Symmetry, Ruth and Canon,” JSOT 28.2 (2003), 175-91. [본문으로]
- Bush, Ruth, 56. [본문으로]
- Benjamin, Old Testament Story, 166-75. [본문으로]
- Timothy H. Lim, “The Book of Ruth and Its Literary Voice,” Robert Rezetko eds., Reflection and Refraction: Studies in Biblical Historiography in Honour of A. Graeme Auld (Leiden: Brill, 2007), 27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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