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독서] 좋은 책 이야기

나는 대한민국의 블로거다 (I am a Korean blogger): 셰익스피어는 없다

진실과열정 2008. 7. 8. 13:14
출판사
눈과마음
출간일
2008
장르
인문/역사
책 속으로

한국 정부는 한국 네티즌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The korean government should focus on the netizen`s opinion(bloggers) in Korea.

 

-이제 내글- 

여러 번 반복되는 저자의 주장이 지겨울 정도이기는 하지만, 한 문장을 소개한다면 다음과 같다고 하겠다: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인 동시에 결함을 지닌 여왕, 그리고 그녀의 이기심으로 인해 위국의 포부를 품었음에도 신분의 노출과 발설을 금지당한 아들. 이들의 관계를 밝히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를 이해하는 핵심 단서가 될 것이다(100)."

 

이 무슨 소리인가? 저자는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는 '셰익스피어'라는 인물을 다루면서, 그 핵심에는 엘리자베스 여왕과 프랜시스 베이컨의 관계가 핵심이라고 말하고 있다. 너무 쉽게 들려서 사실적이지 않는 경우가 바로 지금인 것 같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는 없다구! 당신들이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는 바로 베이컨이었고, 그 베이컨은 바로 엘리자베스의 둘째 아들이라구!

 

이러한 주장은 서문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뒷받침할만 엄청난 주장들이겠다. 저자는 자신이 이러한 '진실'을 밝혀내는 첫번째 사람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지금으로부터 250여년전 델리아 베이컨이 셰익스피어 작품의 원작자가 프랜시스 베이컨이었다고 주장했고(1856년), 한세대 후에 오빌 오웬은 암호해독기를 만들어서 셰익스피어의 글들 안에 들어있는 내적 이야기를 밝혀내기도 했다(1893년). 다만 놀라운 점이라면, 작동원리를 설명하지도 않고, 또한 실례를 보여주지도 않은 상태에서, '단지 이런게 있었느니 독자들이여 나를 믿어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자신만만해 있는 저자의 대담성이었다(이점에서는 마치 MB의 그것과 같다고나 할까?).

 

어찌되었건 저자는 일련의 역사적인 일화들이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베이컨의 일생이 상당부분 오버랩되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베이컨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플러스 울트라(Plus Ultra, 이면이 더 많다, 376)' 베이컨을 독자에게 소개한다. 저자에 의하면, 베이컨은 엘리자베스와 로버트 더들리의 비밀 결혼 관계 아래에서 출생했는데(1561년), 베이컨의 세례명에 일반적으로 쓰이지 않던 Mr란 칭호가 붙었던 점(그리고 후에 의도적인 삭제의 흔적이 남는 점)에서 그의 출생은 확실히 남달랐고 말한다(50). 베이컨이 10대였을 때, 여왕을 위한 웅장한 연회를 경험했던 것이 후에 [한 여름밤의 꿈]으로 나왔으며(59), 이후 고관의 자재들도 받기 힘들었다는 최고급 엘리트 교육 프로그램(MB식 교육?)을 받았다는 것이다(72). 1576년 드디어 베이컨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프랑스에서 3년간 생활을 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마고 공주와의 첫사랑을 경험하면서 [로미오와 줄리엣]으로(139), 그리고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로 나왔다(155). 매우 복잡한 가정사이기에 정리할 수 없지만(엘리자베스의 욕심이지!), 왕위를 이어받지 못한 고독과 절망으로 [헴릿]의 그 유명한 탄식이 나왔다는 것이다(165f):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렇다면 셰익스피어는 어떤 인물인가?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본래 이름은 '윌 샥스퍼'이고 그는 문맹의 장갑 제조공의 아들로 시골에서 막 상경한 '악인'이라는 것이다(218, 226). 문제는 해결되었다! 베이컨을 중심으로 결집된 비밀 모임의 일원이었던 사우샘프턴 백작이 '윌 샥스퍼'에게 돈을 주어서 그 이름을 샀고, 베이컨이 쓴 글이 다른 이름으로, 즉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는 것이다(218f). 그러므로 저자가 말하는 대로 "천재의 지성과 감성을 지닌 시인 '셰익스피어', 그리고 그의 가면을 쓴 샥스퍼. 이 두 인물의 차이를 밝혀내는 것이야말로 이 책의 핵심이다(224)." 하지만 정보는 균형을 보이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사실 독자들에게 셰익스피어는 지워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한편, 저자는 베이컨의 비밀 모임을 연구하면서 팔라스 아테네, 즉 '스피어-셰이커'라고 불리운 보이지 않는 정의의 사도를 자청한 것이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저자는 오웬의 암호 이야기를 따라서 베이컨의 자서전을 재구성한다. 45세의 베이컨이 14세의 앨리스를 아내로 삼은 부분에서는 [오셀로]를 예견케도 하는데(303), 놀라운 점은 셰익스피어가 죽은 다음 15년간에 걸쳐 그 이름으로 지속적인 작품이 나왔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베이컨은 내부희곡이라는 철저한 암호화 작업을 통해서 '셰익스피어의 가면'을 철저하게 이용하게 된다(353). 그러나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튜더 왕조의 마지막 후손으로서 베이컨은 제임스 왕의 신하가 되었고, 치열한 권력의 이전투구에서 밀려나게 된다. 그의 최후로는, 죽음을 당하거나 혹은 (저자의 무리한 추정에 따르면) 미국으로 건너가서 생을 마감했다.

이 책은..머지않아 영화에서 만나게 될 '영화같은 역사소설'
나의 평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상당히 재미있지만, 마치 외계인을 선전하는 것과 같은 생소함이 남아있다. 저자가 소신있게 베이컨의 삶을 재구성하기 이전에 충분히 그 근거 이유(암호해독!)를 설명했다면, 책을 덮고 나서 새로운 영국 역사에 만족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