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le Study/구약 성서

아론은 어디에서 죽었는가?

진실과열정 2014. 2. 3. 13:25

"아론은 어디에서 죽었는가?"

텍스트는 여러가지 기능을 합니다. 간단하게는 의미를 보존하지만, 더 나아가 각 시대의 '시대정신'을 규정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구약성서에 자주 등장하는 "오늘까지"(아드 하이욤 핫제)라는 표현이 후자의 구체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전해져 내려온 생각을 보충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새로운 정신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표지'인 것입니다(삼상 9:9).

신명기에서 독특한 표현이 나오는데, 바로 아론의 죽음과 관련된 것입니다(신 10:6-9). 번역본들은 모두 괄호 안에 들어있는, 즉 후대의 첨가된 부분임을 보여줍니다(NRSV, ESV). 8절에 "오늘까지"라는 표현을 읽을 수 있죠. 문제는, 후대의 기록자가 가진 전통/자료에 의하면, '브네야아간'에서부터 이동하여, 아론은 '모세라'에서 죽었으며, 이스라엘은 '굿고다'-'욧바다'로 이동하였다고 말합니다(욧바다를 언급하면서, 그곳은 '시내(나할 마임, 곧 와디)'가 많았다고 하면서 구체적인 설명까지 추가하였습니다). 도식화하면, [브네야아간]-[모세라:아론죽음]-[굿고다]-[욧바다] 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민수기 33장의 이동목록표는 다른 설명을 합니다: 이스라엘은 40년간의 광야방랑을 마치고 '호르산'에 진을 칩니다. 이곳 호르산에서 아론은 죽고(39절; cf. 민 20:22-29), 이스라엘은 모압으로 이동하게되죠. 신명기에서 언급된 지명은, 민수기에서 훨씬 전에 나옵니다: '모세롯'(30절)-'브네야아간'(31절)-'욧바다'(33절). 결국 민수기를 도식화한다면, [모세롯]-[브네야아간]-[]-[욧바다]-[신광야:가데스]-[호르산:아론죽음] 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민수기 33장 16-36절이 크게 보아 (독특하게 민 33장의 목록 자체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바란광야'라는 것이고(민 12:16; 13:26[바란광야는 '가데스'로 불립니다), 결국 신명기에 따르면 아론의 죽음은 바란광야에서-40년의 방랑이전(!)-발생한 사건이었습니다.

신 10장: [브네야아간]-[모세라:아론죽음]-[굿고다]-[욧바다]
민 33장: [모세롯]-[브네야아간]-[]-[욧바다]-[신광야:가데스]-[호르산:아론죽음]

모세라와 브네야아간 자체도 문제가 되었는지, 사마리아오경은 신 10:6의 '[브에롯 브네야아간]-[모세라]'의 순서를 민수기 본문에 맞추어서 [모세롯]-[브네야아간]의 순서로 수정하고 있기도 합니다(E.Tov 2012:80f). 이뿐만 아니라, 신명기 10장 6-7절과 관련해서 여기저기 추가/수정하면서 장소와 관련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사본상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신명기의 텍스트가 자신의 시대에 독특한 '시대정신'을 요구하고 있다는 측면에 다시 집중하고자 합니다. 단순하게 생각하여도, 신 1:1은 '모세'라는 3인칭과 '요단 저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요단 저편'이라함은 신명기라는 말씀을 들었던 사람들의 입장에서, 이미 요단을 건너서 약속된 땅에 들어왔음을 내포하고 있습니다(일찌기 17세기 '이삭 페이레르'가 지적하였지요). 고대 이스라엘의 경험된 기억, 그리고 신앙으로 형성된 구전이 전수되어 기록된 말씀이라는 접근은, 본문 상으로도 (그리고 다른 성서의 언급에서 볼 때[잠 25:1]) '가능'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Karel Van der Toorn이라는 학자는 Scribal Culture라는 연구서를 발표했는데(번역하고 싶은 책이지요), 여기에서 그는 신 6-11장을 신명기의 '역사판본'(History Edition)이라고 명명하면서, 독특한 '시대정신'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물론 저자는 방법론적 특을 제시하였기 때문에, 신 10:6-9의 문제를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저자가 제시한 같은 '역사본문'인, 신 32:48-52에서 아론이 민수기 전통에 따라 '느보산'에서 죽었다는, 일종의 충돌의 문제를 언급하지 못했습니다.)

어찌되었건, 큰 틀에서 볼때, '역사판본'은 9장 7절부터 10장 11절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 역사에서 불순종을 계속적으로 지적하는데, 특별히 제사장 아론과 관련해서, 기존의 이해와 다르게 제시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민 6:23-29에 의하면, (아론) 제사장이 백성을 축복하지만, (출 32:29 때문인지) 신명기 10장 8절은 '레위지파'가 '여호와의 이름으로 축복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신 9장 20절에서, 출애굽기에서 사면되었던(?) 모습과 달리(출 32:21-25), 여호와는 '아론에게 진노하사 그를 멸하려' 하셨습니다. (모세의 기도가 없었으면 그가 죽었을 것이라고 20절 하반절은 말합니다.)

민수기에 의하면 레위지파는 아론 제사장을 '섬기면서' 회막의 직무를 감당했습니다(민 3:6; cf. 11:28). 민수기 4장을 보면, (레위지파인) 고핫 자손이 '법궤/증거궤'를 메는데, 그 과정에서 고핫 자손은 손끝하나 가까이 갈 수 없으며, 오직 아론과 그 아들들의 역할이 강조됩니다(4:5-15). 아론이 일일이 고핫 자손을 지도해야하죠(19절). 그러나 신명기 10장 8절로 돌아오면, 주체가 아론/제사장에서 '여호와'로 바뀝니다. 바로 '오늘까지' 말입니다. (역시 같은 '역사판본' 안에서 레위인의 역할은 '언약궤' 뿐만 아니라, '율법책'을 맡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31:24-26].)

Karel Van der Toorn은 이 '역사판본'을 "포로시대의 신정론"이었다고 이해합니다. 패역한 이스라엘의 '과거'와 같이, 유다왕국은 하나님 앞에서 범죄하였고(렘 6:13-15; 8:10-12; 겔 22:26), 결국 신명기가 약속한 것처럼 예루살렘이 무너지고 제사제도는 사라졌습니다(신 28:63-68). 하나님께서 새롭게 세우신 '사독자손 레위사람 제사장'은 시대정신을 요구합니다(겔 44:15; 40:46). "내 백성에게 거룩한 것과 속된 것의 '구별을 가르치며', 부정한 것과 정한 것을 '분별하게' 합니다"(겔 44:23; 레 10:10). 여기에서 '교육'이 등장합니다. 가르치고 알게해야 되는 것입니다.

아론과의 인연을 끊으며, 새로운 시대를 위한 '말씀의 종교, 혹은 "책의 종교"'로 문이 열렸다고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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