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le Study/구약 성서

제사장 제도는 '세습제도'였습니다.

진실과열정 2020. 2. 16. 13:36

제사장 제도는 '세습제도'였습니다. 쉽게 말해서 제사장들에게는 태어나면서부터 숙명적인 하나님의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거룩한/구별된 자의식과 동시에, 위험한 생각으로 "당연한 자격"이 꿈틀거릴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사무엘서에서는 놀라운 두개의 변화를 보여주는데, 바로 제사장과 왕이 각각 하나님이 원하시는 사람으로 교체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첫째(제사장)는 엘리에서 사무엘로, 둘째(왕)는 사울에서 다윗으로입니다.

 

엘리 제사장의 아들들에 대하여 사무엘상 3장 13절은 충격적인 사실을 말합니다. 엘리 가문에 대한 운명/심판의 날을 선언하고는(12절), 그 이유가 엘리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자녀들의 죄악 때문인데, 그들의 죄악은 다름 아닌 하나님을 저주했던 것입니다. 개역개정과 새번역은 "이는 그가 자기의 아들들이 저주를 자청하되 금하지 아니하였음이니라"라고, 마소라 본문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동번역은 "그것은 제 자식들이 하느님을 모독하는 것을 알면서도 바로잡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조금 다르게(!) 제시합니다. 영어번역도 NASB는 역시 전수된 본문 그대로 번역하는 원칙을 따라서, "because his sons brought a curse on themselves and he did not rebuke them"로 번역하였지만(// NIV), 대부분의 다른 번역본은 "because his sons were blaspheming God, and he did not restrain them"(NRSV, ESV, NJB)로 공동번역과 같은 목소리를 냅니다.

 

히브리어 비평본인 BHS의 비평각주를 보면, '티쿠네 소페림'이란 표기와 함께, 70인경(헬라어 번역본)은 '하나님/테오스'라고 되어있다고 설명합니다. '티쿠네 소페림'이란 서기관들에 의한 수정을 말하는 것으로, 여러가지 방면에서(기록자체 기술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신학관념에서까지) 전문적인 기술을 가졌던 서기관들이 사본을 기록하면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수정을 가했다는 것입니다. 삼상 3:13의 경우엔, "과연 사람이 하나님을 저주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것도 제사장이?"라는 신학적 질문 앞에, 서기관들은 (히브리어로) '카랄 엘로힘('lhm): 하나님을 저주하다'라는 본문을 두고, 알렢(')을 삭제하게 되고, 결국 (히브리어로) '카랄 라헴(lhm): 그들 스스로 저주하다'라고 수정하게 됩니다. (우리같은 사람이야 뭐 그것이 크게 문제가 될 것인가? 나쁜 사람들은 그렇게 할 수도 있으니 하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서기관들의 '영성'은 우리같은 사람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 예를 들면 창 18:22에 '아브라함은 여호와 앞에 섰다'라는 본문도 사실은 '여호와가 아브라함 앞에 섰다'가 원문이었고, 어찌 하나님이 사람 앞에 설 수 있는가?라는 '보수적 신앙' 속에서 서기관들은 주어와 목적어의 순서를 바꾸고 말았습니다.)

 

엘리의 두 아들(홉니와 비느하스)이 행한 죄악은 2장에서 '현장고발'됩니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여호와의 제사를 '멸시'(나아쯔)하였습니다(2:17). 그들은 '나면서부터' 제사장이었지만, 그들은 하나님을 알지 못하였고, 단지 그들의 특권만을 알았습니다. 즉,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고대사회의 엄청난 특권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당시에 행하여졌던 관습(미스파트,2:13)을 깨뜨리고, 오직 그들의 '힘으로(베하자크, 2:16)' 예배하러 온 사람들의 고기를 빼았았던 것입니다(2:13-16에 대해서 Robert D. Miller, Chieftains Of The Highland Clans [2005]: 121-24). 사실 고기는 자신들의 자격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선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은혜를 망각한 사람들은 결국 '불량자(벨리알)'가 되고 맙니다. 비둔했던(카보드) 엘리가 하나님을 거룩하게/중요하게(카보드) 여기지 않고, 그 아들들을 더 중요하게(카보드) 생각했기 때문에, 하나님은 결국 자신의 거룩함을 엘리에게서 거두어가십니다(이가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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