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le Study/신약 성서

묵시는 우리의 끝이 아니다

진실과열정 2019. 9. 30. 08:54

<묵시는 우리의 끝이 아니다>


해가 뜨고 지는 세계 아래에 살고 있는 이상, 인간문화는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 안에서 존재를 설명할수밖에 없었다. 시간은 존재증명의 출발점이다. 그러므로 성서를, 그것이 그려내고 있는 시대로, 읽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마치 사무엘상하와 열왕기상하를 읽고 나서 곧바로 역대상하가 자리하고 있거나, 마태복음부터 요한복음까지 매끄럽게 예수를 읽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러나 성서를 각 책이 기록된 시대로 재배열해서 읽게 된다면, 독자는 비록 그동안 익숙했던 거대 내러티브는 상실할지 몰라도, 각각의 시대를 살았던 공동체의 신앙화두가 무엇이었는지 물을수있게 되며, 결과적으로 어떤 측면에서는 종교의 무역사적 맹목적성을 극복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


히브리성서를 '타나크'라 부르는 이유는, 그것이 토라와 네비임(전기예언서, 후기예언서), 그리고 케투빔(그밖의 기록물들)이란 순서로 기록되고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비록 두드러진 것은 아니지만, 신명기적 역사가의 거대역사 이후에 왕실과 함께 활발해진 예언이 등장함으로 신정론을 주장했지만, 후기예언서의 후반부와 성문서의 다니엘의 경우처럼, 결국 묵시라는 극단적 방향으로 장르는 몰리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타나크의 반전이 있다: 바로 역대기적 역사가의 등장이다. 묵시가 어두움의 무게를 가까스로 견뎌내는 처절함으로 가득차있다면, 역대기상하는 다시 아담으로 시작하여 새롭게 제시된 유토피아적 성전공동체를 역사적 내러티브로 완성하고 있는 것이다. 묵시는 토라-역사-예언의 흐름을 완성하는 마침표가 아니었다.


최근에 역대기서와 누가-행전이 닮았다는 느낌을 가졌는데, 히브리성서의 타나크와 같이, 마커스 보그(Marcus Borg)가 신약 각책이 기록된 연대순으로 정리한 책을 통해서, 그 생각이 좀 더 굳어졌다. 보그는 누가-행전을 요한묵시록보다 더 후대의 것으로 본다. 요세푸스를 알고있다거나, "유대인"에 대한 태도에서 볼 때, 2세기 초반으로 잡고 있다. 사실 히브리성서라는 '왕실문헌'과 신약성서라는 '신앙집단들'의 문서들을 그 형성과정에서 비교한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 그러나 '신앙의 가르침(바울서신)'-역사(복음서)를 이어 묵시록으로 신약의 끝이 아니라, (보그의 제안과 같이), 오히려 역대기처럼 누가-행전이 마지막 지점에서 또 다른 역사적 내러티브로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있겠다. 신약에서도 묵시가 성서의 마침표는 아니다.


히브리성서와 신약성서 모두, 신앙집단의 기원과 발전을 이루었던 역사적 기폭제가 존재했으며, 이후 예루살렘의 파멸과 그것의 이차적 원인인 제국의 압제를 겪었고, 그 결과 '하늘만이' 해결해주는 묵시(응어리)를 배태했으나, 그 둘 공동체 모두 자신의 응어리를 피해자코스프레의 틀안에 가두지 않았고, 결국엔 자신들이 살아갈 '대체역사'를 그려냈다: 역대기, 누가-행전.


아무도 움직일수없는 시대적 어두움은 묵시를 만든다. 그러나 어느 시대도 묵시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역사는 생명있는 공동체가 새로운 역사(이야기)를, 그것이 비록 유토피아적 세계라고 할지라도, 만들어낸다는 점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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