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nry Cloud, Integrity: the courage to meet the demands of reality (New York: HarperCollins, 2006)
「인테그리티」의 저자인 핸리 클라우드 박사(Dr. Henry Cloud)는 미국의 임상 심리학자로 주로 리더십에 관련하여 강연과 출판을 선보였다. 그는 성경적인 토대 위에 기본적인 상식을 사용하여 개인과 기업의 의사결정이나 효과적인 리더십 기술 발전을 훈련시키며, 특별히 책에서 잘 보여주는 것처럼 유명한 CEO들의 조언가가 되어 활동하고 있다.
인테그리티(integrity)란 정의를 내리기 쉽지 않은 개념이다. 저자는 인테그리티를 "온전함, 연합됨, 그리고 내적으로 문제가 없는 상태(being whole and undivided; condition of bring unified, unimpaired; internal consistency or lack of corruption)"라고 말한다(p. 31). 그러므로 인테그리티란 '온전한 사람됨'이라고 여길 수 있다. 저자는 사람이 중요함을 말한다. 그 사람의 성격(인테그리티)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어서, 그것에 따라서 다른 모든 것들이 결정된다(p. 23). 특별히 기독교의 입장에서 볼 때, 그리고 저자 자신도 여기 저기에서 성경의 내용을 언급하기 때문에, '하나님이 창조하신 사람의 온전한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첫 사람인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께 범죄한 이후 제일 처음으로 한 일이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자신의 몸을 가린 일이라고 하겠는데(창 3:7), 여기에서 인테그리티의 반대인 '위선(hypocrisy)'이 등장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신앙의 차원에서 인테그리티는 '성화의 과정'으로도 접근할 수 있다.
인테그리티는 6단계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이것은 동양적인 사고에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알려진 개념을 서구화했다고도 할 수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p. 35): 우선적으로 신뢰(trust)를 만들고 지속시키는 성품을 배우게 된다. 이것은 진정성 있게 연결하는 능력을 말한다. 신뢰도를 쌓아가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일에서 비롯된다. 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판단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너무 내세워서 상대방의 생각을 무효화시키는 잘못을 저지르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먼저 마음을 열어서 듣는 태도가 중요하다. 마음을 열어 듣지 않으면, 마음을 얻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저자는 논리 이전에 감정의 "동감"이 선행되어야 함을 말한다(p. 52). 서로 다른 사람이 "연결"되었다는 말은, "진실한 감정의 교감"이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p. 57). 그러므로 연결되지 못하는 리더는 일종의 폭군이라고 할 수 있으며, 반대로 다윗과 그의 군대장관들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진정한 리더는 서로가 깊이 연결되었다는 확신 가운데 공동체의 기초를 세워나간다. 리더는 믿을만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저자는 이것을 "조심성이 필요치 않는(careless)"이라고 부른다(p. 77). 즉 바울과 같이, 자신만의 이익을 탐닉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삼는 사람인 것이다.
두번째로 진실을 추구하며 실제 세계에서 움직이도록 이끌어내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 사람들은 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마치 저자가 소개하는 것처럼, "개가 그 상품을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현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p. 100). 기본적인 신뢰관계가 형성된 이후에, 더 높은 차원의 인테그리티는 정직하게 그리고 윤리적으로 '올바른 지적'을 할 수 있는 단계이다. 이렇게 냉철한 현실 파악 능력이 요구되는데, 그 실제적인 방법은 현실을 추측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찾아내는 일"이다(p. 112). 이것을 통해서 '객관적인 나'를 발견해낼 수 있으며, 항상 성찰의 기회로 삼을 수 있게 된다.
세번째로 어떠한 구체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으로 발전한다. 저자는 간단하게, "준비, 조준, 발사!(ready, aim, fire!)"라는 군대식 개념을 적용하는데(p. 147), 내공을 쌓으며 팔방미인이 되기보다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물론 성공하면 좋겠으나 실패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패배가 패배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네번째로 부정적인 부분까지도 포용하고 취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역사적으로 훌륭한 리더들은 하나같이 문제들을 극복하며 성공을 이루었다. 리더는 문제를 사랑하는 독특한 세계관을 가졌다. 즉, 그들은 "리더의 세계관이 들어있는 자신들의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문제를 쉽게 다룬다(p. 174). 이렇게 문제를 피하지 말고, 오히려 즐기는 태도야 말로 리더에게 요구되는 성품이라 하겠다.
다섯번째로, 성장을 향해 나아가는 능력으로 발전한다. 예전에 히딩크 감독의 말처럼, 리더는 "아직도 배고픈" 사람들이다. 리더는 "성장하기 원하며, 배우기 원하며, 어떤 것을 정복하고, 발견하며, 어제의 자신보다 더 나은 자신을 기대한다."(p. 204). 위험 요소가 언제나 앞에 도사리고 있지만, 리더는 새로운 발전을 기대하면서 언제나 발걸음을 앞으로 옮긴다. 이를 위해서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성장을 위해서 투자할 것은 아끼지 말고, 포기할 것은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p. 223). 결국, 승리하는 맛을 꾸준히 맛보는 리더가 요구된다. 리더에게 요구되는 격언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은, 네가 해야만 하는 일이 더 이상 아니다."(p. 231).
마지막으로, 인테그리티의 최종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초월의 차원으로 성장해야 한다. 이것은 개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큰 것"을 그려내는 능력이다(p. 240). 리더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 더욱 멀리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므로 언제든지 거인을 향해 열린 자세가 필요하며, "우주적인 가치인, 사랑과 동정심, 정의와 자유, 정직성과 책임감"을 최우선으로 놓아두고 큰 세계를 그려야 한다(p. 245). 이렇게 인테그리티가 완성된 리더는, 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기 위해서 사는 것처럼, "자신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살지 않고, 삶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성품의 삶을 산다"(p. 258).
이 책에서 저자는 생생한 경험들을 기반으로 '온전한 사람됨'의 발전 가능성을 탐구하고, 실제로 그러한 과정들을 제시하면서, 궁극적으로 인테그리티는 "경험되는 것"이며, 그렇기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흔적을 남기는 것"이라고 말한다(p. 269). 한 사람의 건강한 성품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유년기에서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삶의 경험들 속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올바른 가치 판단이 세워지며, 계속적으로 꾸준히 도전하고 그 도전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움으로써 온전한 리더로 세워지게 된다.
책을 읽으며 세련된 영어 문장의 공부도 되었고, 저자의 고상한 성품을 있는 그대로 읽어낼 수 있어서 생생한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굴지의 CEO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상담하고 필요한 조언을 해주는 부분에서, 이론으로만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경험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특별히 리더들이 쉽게 행하는 실수들, 예를 들면 객관적으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다거나, 상대의 감정에 쉽게 동화되지 못한다거나 하는 사례들을 읽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또한 책에 여러 곳에서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성경적인 어휘나 개념을 소개하면서, 결론 부분에서는 영적인 차원으로 성장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몇 가지 부분에서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게 된다. 첫째로 저자는 리더가 신뢰성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리더도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공동체가 인식해야 결국 온전한 감정 연결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p. 94-6). 많은 리더들이 스스로 완벽한 존재로 포장하는 나머지, 실수를 용납하지 않거나 혹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그렇지만 예수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시며 자신의 약함을 있는 그대로 제자들에게 보여주시고, 그들에게 기도를 부탁했던 것처럼, 리더는 '함께 하는 사역'의 가치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한가지 경험을 나누면, 보고자는 교회에서 예배인도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의치(artificial tooth)를 끼우고 있는데, 최근 어느 날 예배를 드리는 중에, 처음부터 의치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때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침착하게 상황을 성도들에게 알렸고, 오히려 싱어들과 성도들이 더 힘을 내서 찬양을 드렸던 경험이 있다. 리더의 약함이 공동체를 더 세워 가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두번째로 리더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하였다(p. 119). 많은 리더들이 "개들은 이 상품을 싫어한다구요"라는 말을 듣기 싫어한다. 그러므로 더욱 리더는 주변인들로부터 '나에 대한 정보'를 많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입에 발린 아첨이 아니며, 또한 서로 깎아 내리려는 험담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냉철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보고자는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말을 주변인들에게 듣고,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기분이 좋지 않지만,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면 나의 문제는 영원히 발견할 수 없기 때문에, 나를 직시하도록 돕는 일은 매우 필요하다고 본다.
세번째로 성취를 위해서, 저자는 초점을 맞출 것을 요구한다(p. 151-2). 초점을 맞추었다는 말은 스스로 한계를 두었다는 의미이다. 이 부분은 보고자에게 항상 요구되는 사항이다. 교회 사역이나 공부의 습관을 보면, '팔방미인형'에 가깝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 보다 하고 싶은 일이 먼저였다는 삶의 반성을 깊이 느낀다.
네번째로 리더는 영원히 성장하는 사람이라는 말에 도전과 공감을 표현한다. 특별히 저자는 "리더란 성장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다(He cannot not grow)"라고 말하면서(p. 206), 꾸준히 자기계발에 힘쓰는 모습을 요구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신학대학원 시절의 모교수님을 떠올리게 되는데, 은퇴를 앞두고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로 연구하며, 다양한 방면으로 연결 가능성을 타진했던 모습이 떠오르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불편하거나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우선은 세계 일류의 엘리트들을 만나는 사람으로, 저자의 위치가 확고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감정의 교류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테그리티'라는 개념에 대해서, 저자는 비록 정의를 내리고 있었지만, 뚜렷하게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분량의 차원에서도 균형 있게 배분되기 보다, 앞부분은 신뢰를 쌓는 내용에 많은 분량을 할애했던 반면, 후반부로 갈수록 간단하게 제시된 것 같다.
또한 신앙서적이 아니라 일반서적이기 때문에, 기독교적 가치관을 절대적으로 내세우지 못한 부분도 문제로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두번째 사항인, '현실을 직시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일종의 "타협"의 불가피성을 인정한다(p. 135-8). 기업가들은 현실에 맞추어 바뀌어야 하고 타협해야 하지만, 신앙인들은 바꾸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음을 반대로 읽어낼 수 있었다.
저자는 세번째 요소인 '성취하는 능력'을 다루면서, "좋음에 만족할 때, 최고를 놓친다"라는 격언을 제시한다(p. 165). 맞는 말이지만, 교회의 사역에 있어 과잉 경쟁을 조장하거나, 형제 자매간의 덕을 세우는 일을 낮추는 문제도 야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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