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읽었던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에서, 그는 이런 말을 했지. 그의 책장에 가득한 책들을 가리키며, '이 모든 책을 다 읽었단 말이오?'라는 나름 놀림조의 물음에, '하! 읽은 책을 뭐하러 꽃아 놓는단 말이오. 내가 읽은 책은 아래 지하실에 한가득 있고, 이건 내가 이제 읽을 책이라오' 대충 이런식의 반응은 좀... 상쾌하다.
가끔씩 나에게 묻는 질문들에게, 나는 어떤 대답을 준비해야할까? '공부가 다는 아니죠?' 음.. 그럼요.. 공부가 다가 되면 안되죠. 공부는 기본이자 시작이죠. 그 기본에 충실하지 못해서가 문제죠. 기본에 충실하려고 지금도 노력중이지요. 혹은 '사역은 하시나요?' 음.. 그럼요.. 하나님의 공동체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데요. 작은 섬김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몸이 건강하게 세워지는 것이, 최고의 사역인 거죠. 혹은 '여기에 있으면 안되잖아요/여긴 왜 오셨어요?' 흠.. 그럼요.. 원래 이 시간엔 거기에 있지만, 오늘만큼은 발걸음이 여기로 향하네요. 덕분에 형제님도 만나고 말입니다. 아직 단수가 모자라다. 좀... 상쾌하지는 않군. 그래도 둘다 기분 나쁘지는 않겠어. 지혜로운 대답. 간절한 기도제목이다. "사람은 그 입의 대답으로 말미암아 기쁨을 얻나니, 때에 맞는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고!"(잠언 15장 23절)
진실과열정(201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