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독서] 좋은 책 이야기

신현우, [사본학 이야기: 잃어버린 원문을 찾아서(2003)]

진실과열정 2007. 3. 16. 09:34

 

부제에서 설명하고 있듯이, 저자는 사본학을 '잃어버린 원문을 찾아서' 계속되는 탐험을 하는 것이 현재의 사본학의 위치라고 제시하는 것 같다.


대부분의 개신교 신학생들이라면 무작정 집어들고 읽었을 네슬-알란드 판 성서에 대한 맹신을 잠깐 멈추게하기 위해서, 저자는 사본학이라는 학문자체가 가지고 있는 '파랑새 찾기'라는 과정을 약간은 지루하게 반복하면서 설명한다.


그동안 절대적이라고 여겼던 사본의 선택기준들에 대한 논리적 뒤틀기에 대해서 저자는 반복해서 설명하면서 사본학이라는 학문의 실제 가능성은 요원하지만, 그래도 과학적인 학문이기에 '설명가능성'과 '확률성'이라는 것을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것 같다.


중요한 점은, 특별히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는 '말씀보존학회'의 킹제임스 번역본의 '자아도취적 우월성'에 대해서, 그동안 사본학계는 단지 비잔틴 사본계열의 열등성을 근거로 배척했던 것을 비판하며, 화합의 자세를 요구한다. 이것은 저자가 킹제임스 번역본의 우월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단지 학문적 가치로서 비잔틴 사본계열을 다시 새로운 눈으로 연구해야할 필요성이 있음을 역설한 것이다.
 
저자는 외적증거과 내적증거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원칙들 중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원칙들의 한계를 제시한다. 결국, 사본학이라는 것이 완전히 결정되어진 학문의 분야가 아니라 여전히 계속되어야할 진취적인 학문이라는 것을 설득한다. 특별히 (저자의 표현에 따라 필사자의 수정을 적용한다면) '신앙의 대상이 되어버린 네슬-알란드 판에 대한 무분별한 복종에서 벗어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함'을 역설한다(p 253).
 
기존의 사본학 책들이 백과사전식의 어휘설명에 치중한다면, 이 책은 그런 것은 과감하게 빼버린다. 아마 그래서 분량에 압박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부록으로 제시된 것은 본론에서 나온 것들을 다시 풀어쓴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무튼 저자가 라틴어를 직접 필사했다니 그것 하나만으로 본 서는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