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도스, [역사-성찰된 시간] 동문선(2001)
프랑수아 도스, [역사-성찰된 시간], 김미겸 역 (동문선, 2001)
성서를 연구하면서,
참으로 다양한 세계를 맛보게 된다.
신화, 기호, 언어, 의학, 고고학, 이데올로기...
간학문적인(interdisciplinary) 연구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이다.
그런데 한번 더 생각해보면 정말 '잡다한 분야'의 지식을 섭렵해야 되지않을까?
왜냐하면 성서 자체가 '잡다한 세상(reality)' 속에서 존재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성서를 보면서,
성서를 '역사적'으로 보고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물론 시공간을 초월한 메시지라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이겠지만,
여러 본문을 읽으면서, 우리는 '그때 그자리'가 바로 눈앞에 놓여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만큼 '역사'라는 것은 일상적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정말 우리는 역사를 알고 있는가?
성서를 연구하면서 또하나의 넘어야할 산이 생겼다.
(이 산은 내가 밟고 있는 대지에서 시작할 정도로 익숙하지만, 인식할 수 없었던 그런 산이다)
프랑수아 도스는 [역사]라는 책을 통해서,
'역사'를 접근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뒷조사를 평가한다.
즉, 그는 크게 세가지로 나누었는데,
첫째는, 사회물리학이라는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서 연대기적인 사건의 나열이 가능하다는 역사연구의 흐름을 제시한다. 과학의 발전은 '인과관계'의 비밀을 풀어낼 수 있는 자격이 인간에게 있다는 놀라운 자기암시에서 기인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역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특별히 아날학파의 세밀한 자료분석적 역사연구가 한창 붐을 이루었던 것은 이것을 잘 보여준다.
둘째는, 이야기로서의 역사를 언급한다. 사실 서론에서부터 저자는 '역사적 인류'의 끝없는 고민이 역사와 이야기의 상관성 이해에 있었다고 평가했다. 과연 이야기는 역사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 저자는 폴 리쾨르를 비롯한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서 이야기와 역사와의 간극을 줄인다. 사실 타키투스를 비롯해서 많은 고대의 역사가(역사의 의미를 부여한 선구자)들은 정확한 사건들의 나열을 포기하고 - '의미'를 위해 순서까지 포기할 정도로 - '이야기'를 하려했음을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최근에 대세를 이루고 있는 '미시사'를 말한다. 특별히 이탈리아 학자들로 구성되고 있는 미시사적 연구가 역사연구의 새로운 흐름을 좌우할 것이다. 이것은 통합적 역사 중심에서 벗어나, 개인의 차별화되고 다양한 세계가 반영되는 것이다. 어찌보면 '역사'라는 말을 붙이기에 '역사'는 너무 거대한 담론이 되어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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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까지 '이스라엘 역사'라는 주제로 수도 없이 많은 책을 읽어보았지만,
근원부터 살펴볼때, 역사라는 개념 자체가 세워지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소위 급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성서역사가들의 책은 이러한 '역사'라는 개념에 충실하려고 하며, 상대적으로 온건한 복음주의라는 평가를 받는 학자들은 '성서를 바꾸어 말할 뿐'이라고 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