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자와 신이치,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 동아시아(2004년)
구약성서를 보다 전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 Th.M과정을 시작하면서,
제일 처음 접했던 세미나는 다름 아닌 '고대근동의 신화'였다(2003년 봄학기).
고대근동학에 열정을 품으셨던 엄원식 교수님 아래에서
고대근동의 신화의 세계에 푹 빠졌던 기억이 어제같다.
신화에 대해서 수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단지 아랫목에서 군고구마를 까면서 할머니의 구수한 옛이야기로만 갇혀있던 신화의 세계는 '신이치'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3만년의 인류의 세계가 응축되어있는 작은 우주였다.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의 세계는 '신화적' 세계임을 부인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소위 '바울의 3층천'이라는 개념(고후 12장)이나,
바울이 인용했던 원시기독교(primitive christianity)의 찬송시였던 빌 2:6-11에서 등장하고 있는, '하늘에 있는 자들, 땅에 있는 자들, 땅 아래 있는 자들'이라는 표현 역시(10절), 고대 사회의 신화적 우주관의 산물일 뿐이다.
(즉, 위의 구절은 고대인들의 사고구조 안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신화적인 사고 속에서 살았던 고대인들의 정신구조에 대한 이해없이는 성서를 '계몽주의적 모더니티'라는 잣대로 곡해할 수 밖에 없음은 자명하다.
신화적 사고를 연구하는 중요한 학문적 방향으로 '인류학'이 있다.
인류의 행습을 '비교, 분석'하면서 학자들은 각 문화의 특수성이 있음에도, '공통점'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그 중에서 뛰어난 선구자로, 레비 스트로스가 있다.
레비 스트로스의 접근은 상대적으로 간단한다. '대칭성'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대대로 '무의식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으로,
'문턱을 밟지마라'라는 말이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레비 스트로스식 접근은 이렇다: 방안과 방밖이라는 두개의 세계가 있고, 그 사이의 접합점은 두 세계가 만나는 곳으로서 신비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신비성이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는 견해이다.
(단순하지만, 깊이 생각하면 상당히 그럴 듯 하다! 실제로 레비 스트로스가 쓴 인류학적 성서해석에 대한 책을 보면, 성서가 이러한 이분법적 견해로 멋지게 해석되고 있음을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레비 스트로스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있는데(조금 영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바로 일본의 학자인 '나카자와 신이치'가 그렇다.
5권으로 구성된 '카이에 소바주(야성의 사고를 산책하다!)'라는 시리즈 중의 하나로, 본 서는 세번째에 해당한다.
1, 2권이 고대적이며 문명의 탄생이라는 아득한 세계를 신화로 접근했다면,
3권은 역시 고대적 사고가 경제라는 (첫눈에 이질적으로 보이는) 것과 어떻게 깊이 관계하고 있는가를 분석했다.
신이치 교수의 장점은 강의를 재미있게 진행한다는 면이다.
재미있다는 것은 '의사소통의 원리'를 채득한 사람들의 특권임에 분명하다.
신이치 교수는 사람들이 쉽게 알고 있거나, 알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비교의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것 자체가 레비 스트로스 식이 아닌가 생각한다)
고대로부터 내려온 인류의 사고가
교환, 증여, 순수증여라는 논리에서 시작하여,
그러한 사고가 어떻게 자본주의의 혁명 아래에서 왜곡되었는지(크리스마스!),
그리고 그러한 사고가 '신학'이라는 고상한 세계 내에서 어떻게 환원되는지(즉, 성부, 성자, 성령) 저자는 산뜻하게 자신의 견해를 진술한다.
앞으로 4,5권이 남았다.
이러한 쿨한 강의를 책으로나마 접할 수 있음이 매우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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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건데, 신화는 앞으로의 추세라고 생각한다.
문화의 대변자격인 영화가 점차로 신화에서 영감을 얻어가고 있으며,
이는 결국 성서의 신화도 건드릴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일전에 언급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