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의 언어
"And peace and truth shall become partners together in all the days of the world, and in all the generations of the world."
1 Enoch 11.2
에녹서의 신화적 세계관 속에서 '사악한 자들'의 기원은 '하늘의 자녀들' 곧 '천사들'이었다(6.2). 그리고 그들의 '비밀계시' 덕분에 인간들은 의식주 뿐만 아니라 놀라운 기술의 발전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7.1; 8.1). 그러나 그 결국은 파멸이었고 무질서였으며 인간됨의 상실이었다(7.5; 8.4). 이로 '대홍수'는 선언된다(10.2).
헬라화라는 혼동의 시기 속에서 하나님의 사람들이 거룩함을 상실하고 돈과 권력에 매달렸을 때, (모든 나라들이 경험했던 공동체 위기에서 발생한 역사의식은) 특별히 유대공동체의 미드라쉬적 전통 안에서 '에녹'을 다시 불러들였고, '지극히 높으신 분'은 그의 큰 계획 안에 악인을 불로 멸망하시고 의인에게 대대손손 평화와 진리의 세계를 약속하시는 분임을 신뢰하도록 했다.
묵시의 언어가 구체적 역사성을 담아내지 못하고, 유치한 신화적인 상징으로 거친 현실을 비껴 대처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이것은 오히려 그 어떠한 악의 세력도, 비록 그것이 우리의 정체성에 다양한 측면에서 기여를 했다손 치더라도, 오늘의 현재에서 부정과 패악이 고발되는 상황에서라면 의로운 심판이 하늘로부터 결국엔 임할 것이기에, 의로움을 선택한 자들에게 상상외의 확신에 찬 삶의 모양을 만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