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hony Weston, Creativity for Critical Thinkers
Anthony Weston, Creativity for Critical Thinker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7)
저자인 안토니 웨스턴(Anthony Weston, 1954년 출생)은 미국인으로 철학자이자 교사이며 작가이다. 1982년에 미시건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스토니 브룩(Stony Brook)의 뉴욕 대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이어서 엘론(Elon) 대학에서 철학과 환경 연구를 가르쳤다. 특별히 저자는 비판적 사고와 함께 윤리적 실천을 주제로 다양한 강연을 선보였고 대중적인 서적들을 출간하였다. 그의 저서들로는 A Practical Companion to Ethics, 3rd ed. (OUP, 2005), Jobs for Philosophers (2004), A Rulebook for Arguments, 3rd ed. (2001), 그리고 A 21st Century Ethical Toolbox (OUP, 2000) 등이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창조성이란 가능성을 확장하는 예술"이라고 정의하면서(p. vi), 이러한 예술적인 감각이 훈련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일종의 '기술'이라고 말한다. 창조적인 능력은 선천적인 것보다는 후천적으로 갈고 닦는 기법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 책은 상당히 짧으며(원서는 80페이지 밖에 안 된다!), 상당히 실제적이다. 다시 말해서, 지루한 원리나 원칙을 장황하게 나열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독자들이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또한 각 장 마다 실천할 수 있는 물음들을 자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저자는 통상적인 생각 그 자체를 역전시킬 것을 우선적으로 요구한다. 즉, "문제"라는 단어 자체가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는 "부정적 함의들(negative overtones)"을 오히려 기회로 여기라는 말이다(p. 5).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고 새로운 기회로 접근하게 될 때, 창조성의 영감은 싹이 피게 된다(1장). 이것은 생각의 틀을 바꾸는, 일종의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라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기존의 "체계"(저자는 이것을 'set'라고 부른다, p. 10)를 벗어 나오는 훈련이 필요하다(2장). 이를 위해서 저자는 세상의 모든 일들을 허투루 흘려 보내지 않고, 오히려 즉흥적인 사건들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라고 요구한다. 그냥 넘어가면 될 것이 없는 셈이다. 저자의 말대로 "할 수 있는 한, 진짜 임의대로 아무거나 연관 시켜서 생각"하는 훈련이다(p. 12).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자극("prompt")을 미리 판단하지 말고(p. 17),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라고 할지라도 받아들이며, 이러한 두뇌의 신선한 자극을 즐겨 사용할 때, 창조성은 시작한다.
때로는 막무가내가 될 필요가 있다(3장).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서로 연결시키고, 다른 생각들로 접목시키는 작업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특별히 '과장(exaggerate)'하는 것이 필요하다(p. 26). 현실은 언제나 비현실적인 망상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이후로 새로운 생각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다듬어서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 필요하다(4장). 한편, '문제' 그 자체를 '문제'로 보지 않게 되었으므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가 창조성의 목적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비판적 창조성은 문제보다는 '물음'을 즐거워 하는 태도라고 하겠다. 그러므로 당면한 일(문제)들의 '단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측면을 생각하는 것(think laterally)"이 요구된다(p. 51). 때로는 문제들이 우회해서 해결되거나 다른 방식으로 해결점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의 변화는 삶의 변화까지 만들게 되는데, 비판적 창조성을 배양한 개인이나 사회는 삶의 주도권을 세상의 그 어떤 것에 내어 맡기지 않고 자신의 고유한 것으로 올바르게 사용하는 건강한 인격체로 만들어 준다. 한 때 인터넷 상에서 풍미했던 '아이스 버킷 운동'이 전세계적으로 우리는 약자를 돕는 하나라는 생각을 만들어 주었다는 점에서, 저자의 말과 같이 "창조적인 생각의 힘 덕분에 사람들은 영감을 얻는다"(p. 68).
이렇게 저자는 독자들에게 '절대, 한계는 없다'라고 가르친다. 유명한 광고 카피와 같이,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Impossible is nothing!)" 사람들은 입에 '문제야,' '죽겠다' 혹은 '큰 일 났어'라는 말을 달고 산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과 표현 대로 그 '문제 안에서' 허덕이다가 삶을 허비한다. 그런 일반적인 태도와 달리, 저자는 문제를 문제가 아닌 기회로 볼 것을 요구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기회'가 되는 셈이다. 그리고 특별히 '기회'로 만드는 과정에서 한계를 초월한 접근으로, 완전히 새로운 기회의 가능성이 언제나 열려 있음을 강력하게 설득한다. '모순'이란 말처럼, 그 자체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생각을 제한하지 말고 계속적으로 확장하고 연결시켜 나갈 때, '모순'은 오히려 '최종병기'가 될 수 있다. 삶의 습관이, 이렇게 문제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견지하고 나갈 때, 창조성은 양분을 먹고 자란다. 우리가 '기가 막힌 발명'이라고 칭찬하던 것들이 바로 비판적 창조성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도전과 실패를 겪은 결과물이라고 할 때, 세상은 가능성으로 가득 찬 기회의 땅임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비판적 창조성이 세계에 기여하는 잠재력은 평가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영감이 문제를 기회로 보는 시선에 달려 있다.
이렇게 이 짧은 책은, 아주 짧은 읽기를 통해서도 무엇인가에 얻어 맞은 듯한 강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마치 '넌 센스 퀴즈'를 풀고 난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전혀 답이 없을 것만 같은 물음 앞에서, 포기하거나 주저 앉게 되지만, 비판적 창조성은 오히려 물음을 되묻고, 다르게 물음으로써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을 통해 심리치료를 받은 느낌이 든다. 마치 나를 가두어 놓았던 '한계'라는 철창이 눈 녹듯이 사라진 기분이다. 사방이 막혀 있을 때 위를 보는 것처럼, 어디든지 내가 볼 수 있기만 한다면 그곳에 길이 있음을 배우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저자의 짧지만 간결한 주장은 그 호소력이 매우 강하다고 하겠다. 특별히 각 장마다 부록으로 실천적인 질문들을 자세하게 제시함으로써, 독자가 수동적으로 읽기에 그치지 않게 돕는다.
몇 가지 부분에서 저자의 긍정적인 마인드를 도전 받게 된다. 무엇보다 '장애물'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건강한 자극(prompt, p. 12, 17)'으로 인식하는 태도이다. 곤충 '이'에 대한 실험을 통해서 볼 때, 이가 자신의 몸보다 몇 십 배나 높이 뛰어오를 수 있지만, 장애물을 놓으면 자신이 뛰어오를 수 있는 높이를 스스로 제한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장애물들을 한계를 제한하는 문제로 인식하는데 반해, 저자는 그것을 기회를 주는 '자극'으로 보았다는 점이다. 일상적인 습관으로, "문제야, 문제"라고 말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기회야, 기회"라고 생각하는 긍정성을 엿보게 된다.
그리고 저자는 창조적인 생각을 극대화 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생각의 한계를 두지 말고, 가능한 모든 방면으로 과장해서 확장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될 때, 삶이 정말 수동적인 모습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것으로 바뀌게 될 것을 그려보게 된다. 비판적 창조성의 선한 영향력이 무궁 무진함을 상상할 수 있는 좋은 자극이었다. 한편으론 인터넷의 발전으로 인해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 점차 불가능해졌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TED'나 '웹툰'과 같이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여기고 무한한 발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분야가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발명가 경진대회'를 준비하는 느낌도 들었다. 모든 면에서 비판적 창조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일상은 과연 어떨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마치 문제가 아닌 것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접근하는, '사회 부적응자' 혹은 '개발 중독자'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이다. 특별히 "기상 뉴스"와 관계된 즉석 문제에서 생겨난 것인데(p. 15-16), 만약 저자의 말과 같이 기상 뉴스를 진행한다면, 시청자는 뉴스를 접하는 것이 아니라, 예능이라는 다른 장르를 접하게 될 것 같다. 이런 측면에서 비판적 창조력은 안정감이 떨어진다고도 할 수 있다. 또한 결혼으로 인해 이름의 선택과 변화와 같은(p. 44-45), 오랜 전통에 해당되는 부분에서는 사회적으로 쉽게 해답을 만들어낼 수 없기에, 무엇인가 혁신적인 변화보다는 전통의 수용이 합당하게 보이기도 한다.
비판적 창조성을 배양하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그리고 창조성이라는 것이 타고난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방법론을 습득하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훈련을 받으면 된다는 말에 감사한다. 보고자는 창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청년 시절부터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연극이나 음악회 같은 분야에서 활동했고 결과적으로 만족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점차 머리와 마음이 굳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생각이 제한되고, 말 그대로 '어울리지 않은 것'을 결합하기 꺼려하기 시작하였다. 창조보다는 '있는 그대로'가 더 낫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사실 교회의 사역을 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확인하게 된다. 그렇지만, 교회라는 것이 하나의 유기체이기 때문에, 이것을 고치면 결국 다른 부분의 수정이 필요하기 마련이어서, 비판적 창조력을 스스로 제한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창조력이라는 것이 결국 공동체를 위한 선한 영향력(저자의 말대로, "영감")이 있기 때문에, 선을 위해서 한계를 두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