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해리스, 임페리움 - "꿈은 이렇게 이루는 거다!"
로버트 해리스, 임페리움(Imperium, 2006[2008]),
"꿈은 이렇게 이루는거다!"
무엇인가를 대표하는 것은 멋들어진 일임에 분명하다. 선망의 대상에서, 시대의 표상으로, 많은 이들의 역할 모델이 되어, 창조주의 개별적 역사를 통합해버리는, 일종의 창조에 거스리는 ‘새로운 인간적 창조 역사’가 바로 이러한 대표성이 아닌가 생각한다. 역사를 대표하는 시대로, 많은 역사가들은 - 서구 중심의 일차적 산물임에 분명하지만 - 로마제국을 어렵지 않게 떠올린다. 놀랍지 않은가! 어느 누구라도 그러겠지만, 그 작은 나라에서, 그 작은 언덕들에서 세계에 평화를 선사하려 했다는 것 말이다.
로마를 대표하는 대중서로, 지금도 치밀한 분석과 매력적인 상상력으로 소문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들 수 있겠다. 아직도 극단적으로 실용적인 로마인을 만났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시오노 나나미를 통해 로마인 이야기의 대표선수로 ‘카이사르’를 읽었는데, 아직도 동서남북을 종횡무진 정복에 목마른 그의 욕망을 잊을 수 없으며, 간결하고 압도적인 그의 수사도 쉽게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수많은 숙적들 가운데 기억 저만치에 자리를 잡은 사람이 바로 키케로였다. 아마도 교활한 원로원의 늙은 여우가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가지고 있는 ‘로마인 이야기 3권 - 유일하게 구입한 책이다: 승자의 혼미라는 부제가, 2권의 한니발 위기 극복과 4-5권의 카이사르를 이어주는, 아주 매력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 ’엔, “뛰어난 저널리스트” 키케로가 소개되고 있다(p.235). 신참자 키케로가 베레스 총독이 저지를 부패를 고발하고 승리했다는 아주 짧은 일화 속에서 말이다. 그리고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사실상 로마의 ‘전쟁영웅’의 이야기로 보는 것이 적당하다고 보기에, 키케로는 키케로로 등장하지 못하였고, 폼페이우스 시대의 단편이며, 카이사르의 상대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 책, 로버트 해리스의 ‘임페리움’은 상당한 무게중심을 옮겨 놓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임페리움(imperium)은 ‘통치권’으로 로마 제국 정치의 궁극적 목적지인 집정관을 뜻한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폼페이우스도 아니고 카이사르도 아닌, 바로 키케로이다. 키케로는 시오노 나나미도 인정했던 것처럼, 소위 말하는 ‘빽이 없는’ 완전 홀로서기 정치인이었다.
이 책은 팩션(faction) - 사실상 요즘에 와서 역사적 고증으로 똘똘 뭉치지 않은, 어설픈 팩션은 시장에서 철저하게 사장되고 말 것이다 - 으로, 저자 특유의 완벽한 원전 자료를 배경으로, 충분히 설득력이 높은 고대 로마의 정계를 재구성해 놓았다. 그러면서도 저자가 현명한 작가라는 점은, 글쓰기의 한 가지 목적을 시종일관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로, 오늘날의 미국인이 그 독자라는 것. 이 세상에 미국이야 말로, 재판과 선거에 열중한 나라가 아니겠는가! 자신들의 세계와 유사한 ‘제국!’에서 신인선수가 MVP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이야말로, 아메리칸드림의 변형이자 개발이 될 것이기 때문에(“작은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공화국과 로마 시민으로서의 이상을 꿈꾸는 남자”(p.385) “나는 신인 원로다. 나는 집정관직을 원한다. 여기는 로마다. 그 세 문장, 그게 다야”(p.361), 내가 볼 때, 이 책은 충분히 작품성과 시장성을 확보하였다.
총 3권으로 구성된 시리즈의 첫 권인, 이 책에서 저자는 키케로의 정치입문과 그 결과로 극적인 집정관 선출까지의 과정을 딱 두 가지로 요약해서 재미있게 보여준다: 그렇다. 바로 재판과 선거이다. 전반적으로 기원전 로마라는 2000년의 시공간의 차이가 있음에도, 근근이 저자는 미국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다: “소송 절대주의의 왕국”(p.107) 개인 선거권이 아니라, 시골 부족으로 대변된 선거인단도 미국의 그것이며(p.199), 선거 일정은 마치 선거철이 되면 쉽사리 훔쳐볼 수 있는 후보자들의 전형적인 하루이기도 했다(p.115). “선거는 유기체다. 아마도 그 어느 생명체보다 더 활기차게 살아 움직이는 존재일 것이다.”(p.454) 그러므로 저자는 ‘미국’의 문제를 지적한다: “어쩌면 선거야말로 공화국이 멸망한 이유일 수도 있겠다. 투표할 때마다 조금씩 병들어간 로마”(340)
이 책이 단조로운 고대의 역사 공부책이 아니라, 생생한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이 팩션의 장점이라 하겠다. 바로 키케로의 옷을 입은 ‘정치가’의 모델을 만난다. 정치가는 후대의 평가를 생각하기 이전에, 자신의 존재 자체를 알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는 배워야 한다: 루키우스가 집정관에 선출된 키케로에게 던진 마지막 말: “늘 말뿐이로군. 말을 솔깃하게 만드는 자네 재주엔 도무지 한계라는 게 없는 건가?”(p.462) “권력이란 언제나 맛없는 두 음식 중 하나를 고르는 일이다.”(p.234) “최고의 정치가가 되기 위한 여행은 이따금 내키지 않는 동반자를 강요하거나 기이한 장면을 보여주기도 하는 법이다.”(296) “정치적 성취란, 위대한 예술과 마찬가지로 근저의 음모들을 얼마나 잘 감추느냐에 달려있다는 게 그의 신념이기 때문이다.”(p.351) “정치는 정의를 실해하는 자가 아니라, 오해를 불식시키는 자다.”(p.248) 그러나 이러한 자극적인, 지극히 ‘오늘의 말과 말’에서나 나올법한 이런 말로, 키케로의 단편을 평가할 순 없으리라. 그는 사람 앞에서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며, 또한 그 자신이 더 많은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도록 ‘더 높은 자리’가 정당히 필요하다는 정치적 순리를 파악했고, 또한 그러한 길을 계획적으로, 참으로 계획적으로 걸어갈 수 있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키케로는, “42세의 나이로 법이 허락하는 최연소자로 로마 집정관이라는 지고의 임페리움을 달성한 사나이”가 되었던 것이다.(p.458)
한편, 저자는 카이사르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많은 독자들을 염두에 두었는지, 약간은 혼란스러운 영웅의 단편을 제시하였다: “태어날 때부터 특출한 천재라고들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벗겨져나가는 머리를 초조하게 긁는 모습이란’”(p.197) 이런! 저자는 카이사르를 옆집 아저씨로 만들어 놓고 말았다. “폼페이우스의 임신한 아내와 놀아나는 ‘거리 모퉁이에 서 있는 바람둥이 같은 모습’”(p.271)에서는 옆집 아저씨 앞에 ‘변태’ 혹은 ‘색마’라는 색깔까지 덧입히고 있다! 어찌 되었건, 저자는 키케로에 온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폼페이우스뿐만 아니라 카이사르도 작가적 정신으로 충분히 그려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재미로 한 인간의 욕망이, 그것도 배경도 없던 완전한 신출내기가 완전한 인간됨과 과감한 정치적 거래를 통해, 어떻게 그의 운명과 제국의 운명을 이끌어 가는지를 쫓아가는 일이, 시오노 나나미와는 다른 즐거움을 준다. 확실히, 나는 정치를 선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