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 Nicholson, [신명기와 전승](1967)
30년이나 더 된 책이 번역되었다. 장영일 교수가 옮겼고 장로회신학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된 [신명기와 전승]이라는 책이다. 상당히 오래되었지만, 신명기 연구의 주축을 이루는 성과물이기 때문에,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원문에 상당히 충실하려는바 매 페이지마다 괄호로 원어표현을 소개하고 있는 성실함에도 불구하고, 몇 군데 오타가 발견되기는 하지만(95페이지 두번째 줄의 노트'이'는 '가'로 해야하며, 122페이지의 각주의 'kmowledge', 그 유명한 F.M. Cross는 시종일관 f.M. Cross로 소개된다), 이 책은 읽어 내려가는 것이 참 쉽게 번역하였다.
(참고로 니콜슨의 사진을 구할 수 없었는데-인터넷은 잭 니콜슨으로 도배되어 있기 때문에-가까스로 구한 오른쪽 사진은, 최근에 에스겔 주석을 LHBOT(구.JSOT)시리즈에 출간한 Paul Joyce(좌측)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모습이다(우측))
이 책은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신명기보다는 '전승'에 무게를 두고 있는 연구서이다. 비교적 짧은 분량이지만(원서는 157페이지이고, 번역서는 221페이지이다), 매우 굵직한 주제들을-소위 말하는 구약전승의 두 뿌리를-다루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매 페이지마다 박사학위급의 연구주제들이 들어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저자는 신명기 연구를 "전승의 역사에 대한 연구"라고 단적으로 말하고 있는데(p.216), 그렇기에 이 책은 신명기 자체를 다루는 것보다 신명기가 어떠한 전승의 흐름 가운데에서 생성되었지는 추적하고 있다.
그 시작을 '모세'가 아닌, '요시야의 개혁'에서 찾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 된다. 일찌기 드 베테가 제시한 왕하 23장과 신명기법전 사이의 유사성은 중요한 출발점이었고, 후대의 학자들은 더욱 치밀한 주변 역사와의 긴밀한 관계성 연구를 통해서 신명기가 그 개혁의 '청사진'으로 고안된 것이 아니라(p.42), 무엇인가 더 위로 올라가는 출발점이 있음을 제시한다. 2장에서 저자는 신명기 구조 분석에 대한 획기적인 이정표로, 마틴 노트의 신명기적 역사(DH)라는 작업이론을 통해, 원신명기(5-26, 28장)를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확장되어가는 '보충가설'이 합리적이라고 제시한다. 특별히 저자는 이러한 주장에 무게를 더해주는 연구로, 드 틸레스(1962)가 원신명기에는 없는 2인칭 복수형의 특유한 표현이 DH에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분석한 점을 상당 부분 인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저자는, 원래 단수구절로 구성된 "원신명기를 (기초)자료로 사용하고 있었떤 신명기적 역사가가 여기저기에 간략한 논평을 삽입했고, 다른 곳들에서는, 자기의 사상을 짜넣기 위해, 아마 때때로 원래의 (2인칭) 단수 본문을 자신의 재해석 (2인칭 복수)으로 대치시키면서, (기존의) 본문을 실제로 약간 변형시켰다"고 제안한다(p.71).
그러므로 신명기 배후에 어떠한 전승이 들어있으며, 그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연구가 가능하게 되었다(3장). 기존에는 북이스라엘의 '레위인 집단'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지만(폰 라트, 볼프), 저자는 양식비평을 통해서 제의예배의 맥락의 실제성이 변호되는 학계의 풍토를 등에 업고 사사시대의 역사적 가치를 끌어 올린다. 따라서, 성서에 초막절로 나타나고 있는 일종의 지파동맹체(암픽티오니)의 계약 갱신 축제에서, 신명기를 형성시킨 문학적 양식들이 기원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p.90). 여기에는 폰 라트의 '성전'(holy war)사상이론에 기초하고 있으며, 비록 신명기 자체가 암픽티오니라는 신성한 제의전승에 뿌리를 두고는 있지만(그래서 신명기의 주요한 주장인 '선택된 성소'를 이러한 지파동맹체제의 계약 갱신 축제가 일어났던 장소였다고 말한다), 신명기는 고대전승의 축적보다는 시대욕구(7세기!)를 위한 신학적 수정("중앙화", "야웨의 임재의 변화-현존으로서의 법궤전승이 사라지고, '이름의 임재[이름신학]' 사상으로 진화", 마지막으로 교리화된 "선택"[바하르] 사상)이 나타났다고 보았다.
이제 저자의 주장은 본격적으로 역사탐구로 탈바꿈한다(4장). 저자는 북이스라엘의 신명기 전승이, 블레셋에 의한 암픽티오니의 붕궤로 인해 일차적으로, 그리고 오므리 왕조에 의해서(8세기) 완전하게 붕궤되었음을, '성서 내러티브만을(!)' 통해서, 주장하고 있다. 비교적 상당히 풍성하게 제시되는 다양한 성서자료들을 통해서 저자는 전승의 수호자가 예언자 집단이라고 제시한다(p.123). 여기에는 북이스라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반왕정적 이데올로기, E자료의 문체, 예루살렘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북이스라엘의 이름신학-이 소개되고 있다. 한편, 북이스라엘의 추방당한 레위인이 전승의 핵심이라는 볼프의 주장은 거부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계약갱신축제에서 예언자가 "중보자"로 기능했다는(출 20:18-21; 수 24; 삼상 11:14-12:25) 신명기적 핵심증거를 근거로 제시한다(신 18:15-18).
5장에서도 저자의 탁월한 역사 전승 추적은 계속된다. 저자는 남왕국의 신명기 유입의 주체로써 폰 라트가 제시했던 '암 하레츠'를 거부하는데(렘 34:19; 37:2; 44:21), 오히려 '왕'의 이해관계에 적합하다는 베힐리를 따르면서 남왕국에서 개혁프로그램의 원동력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열쇠는 제의 중앙화법으로, 다윗왕조를 선택했다는 신학을 신명기 특유의 '선택(바하르)'사상으로 전용한 것에서 찾아야 한다. 여기에는 721년 북이스라엘 멸망으로 신명기적 집단의 남왕국 유입이 있었고, 히스기야의 개혁과 그 실패의 시대(므낫세)에 음지에서 기록된 신명기 전승이 있었으며, 드디어 요시야 왕정에 의해서 발견되고 채택되어 결과적으로 거국적인 종교개혁이 일어났다는 시나리오이다(p.185).
이러한 저자의 연구는 신명기와 신명기적 역사와의 관계를 새롭게 보게한다. 기존에는 이 둘 사이의 차이점에 주목하였다면, 저자는 기본적으로 같은 집단에 의해서 나온 것이기에 기본 전승의 줄기는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신명기가 모세율법과 다윗계약을 포함하고 있는 것처럼, 신명기적 역사는 조건적 다윗계약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며, 시온신학이 변화하여 이름신학으로 신명기의 그것과 동일한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신명기의 '예언자집단'의 세력이 신명기적 역사에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 둘 사이의 간격보다는 동일한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저자의 책은, 이미 저자가 표방했던 것과 같이, 상당히 '역사적 전승을 추적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그래서 상당 부분 주장의 근거는 폰 라트의 구약신학과 존 브라이트의 이스라엘 역사에 기초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의 장점은 실타래처럼 꼬인 성서 내러티브들을 기가 막히게 풀어내어서 하나의 모순이 없는 '역사적' 이야기로 제시한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내러티브를 통해서 편집이론까지도 차근차근 해결해나가고 있지만, 바로 그점 때문에, 한 세대가 지난 지금은 옛 연구방식의 전형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서 매우 단순화된 전승의 흐름을 추적할 수밖에 없다 하겠다. 현대적 방식을 본다면, 고고학이나 사회학과 같은 다양한 이론을 통해서 보다 입체적으로 상황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본다면, 저자가 주장하는 기초점들(암픽티오니와 출애굽, 다윗계약)은 재고가 필요하다. 오히려 완전히 새로운 생각이 필요할 수 있다. 북이스라엘의 전승이 '고결하기' 때문에, 남왕국에서 체면불구하고 수용했을 것인가? 아니면, 북이스라엘 자체가 남왕국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월한 문화적 콘텐츠들을 보유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남왕국의 엘리트들은 사실상 북이스라엘의 실질적인 영향력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아닐까?
어찌 되었건 저자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신명기가 개혁만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 국가형성 이전부터 존재했던 고대이스라엘의 현존 안에서 지속적으로 전달되고 축적되었으며 적응되었던 것이라는 점은, 성서를 단순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가르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