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피곤했나봅니다....
매주간 수원에서 대전으로 공부의 발걸음을 내딛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대전에 도시철도가 개통되는 바람에 큰 혜택을 보고있기는 하지만, 두 주 동안 재미있는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월요일 9시에 무궁화를 타고 내려가서, 월요일 세미나를 마치고(이스라엘 종교), 도서관 4층의 대학원열람실에서 새벽을 보냅니다. 화요일 세미나를 보내고(마가복음/성문서 연구), 무궁화 막차를 10시에 타고 집으로 오는 것이 저의 '공부의 발걸음'이지요.
그런데, 지난주엔(9/30) 무궁화호 막차가 고장이 나서 50분 가량 연착된다고 하더랍니다. 대전역에 들어서자마자, 열차도착안내판에 '50분' 지연이 떡하니 나와있는데, 그 충격은 대단했지요. 다행히(?) 그날은 새마을호를 타고, 처음으로 노트북전용좌석에서 타이핑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주는 더 가관입니다. 아무래도 조금 피곤했나봅니다. 그도 그럴것이, 세미나를 세개나 참석하다보니, 거의 매주일 번역과 원서리뷰, 그리고 소논문이 3중으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지난 학기에는 조금 여유가 있었는데, 올 가을은 정말 전설입니다.) 역시 화요일 막차를 타고, Dever(2005)의 책을 읽다가, 천안 지나서 잠깐 졸았던 겁니다. 눈을 떴는데, 수원역이 보였습니다. 문제는 자리에 일어서려는데, 기차가 움직이고 있었고, 수원역이라는 글씨가 조금씩 뒤로 가고 있던 거죠. 허둥지둥... 결국 난생처음 영등포에서 내렸습니다. 12시 9분. 전철은 끊겼고, 서울지리도 모르는 터라, 걱정이 생기더군요. 그래도 서울의 밤거리는 지금부터 시작이었기에, 길동무들이 많다는 것을 위로 삼아 길을 물었습니다. 462번 버스를 타고, 강남역에 와서, 3000번을 타고 수원에 도착하니 새벽 2시.....
그날 밤 아내가 저를 맞아주지 않았다면, 이 놀라운 사건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