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le Study/신약 성서

[2008-2] 마가복음 세미나(1): H.C. Kee, 새시대의 공동체(1977)

진실과열정 2008. 9. 9. 16:32

마가복음 세미나(2008.9.9)

담당교수:   김광수 교수

발표자: 양지웅(Ph.D.  구약학 2학기)

H. C. 키, 「새 시대의 공동체: 마가복음 연구」(1977), 203-43.


 

※저자인 Howard Clark Kee는 보스턴 대학의 종교학 석좌 교수로, 「신약성서 이해」(Understanding the New Testament 5th ed.)라는 책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The Cambridge Companion to the Bible, Miracles in the Early Christian World, Jesus in History라는 책을 썼고, 최근(2005년)에 The Beginnings of Christianity: An Introduction to the New Testament를 내놓았다.


「새 시대의 공동체: 마가복음 연구」라는 책은 1977년에 출간된 것으로, 당시에 유행했던 비평방법론인 역사적 비평방법(양식비평과 편집비평)을 주로 사용하면서 마가복음의 배경을 탐구하고 있는데, 여기에다가 저자는 특별히 “사회학적 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마가공동체를 재구성하려고 시도한다. 이러한 “사회학적 모델”을 사용하려는 시도는, 같은 시대(1979년)에 출간된 Norman K. Gottwald의 The Tribes of Yahweh에서도 발견되고 있는데, Kee의 시도는 주변적인 수준에 머무는 것 같다(예를 들면, p.116, 225).


이 글은 제 6장 “공동체에 나타난 종말론과 윤리”라는 부분을 정리하고 저자의 논점을 분석한 후, 평가와 필요한 질문을 제기하도록 하겠다.



1. 제6장. “공동체에 나타난 종말론과 윤리”의 요약


 1) 지금까지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공동체의 비밀이 벗겨지는 순간이 왔다. 앞에서 몇 번이고 언급된 바 있지만(p.75, 112, 153), 저자는 마가공동체를 ‘종말론적 계약백성’이라고 규정한다. 마가복음은 표면적으로 예수를 보여준다. 즉, 마가복음의 예수는 자신의 활동을 통해서 약속이 성취와 하나님 왕국의 나타남을 보여주었던 ‘종말론적 예언자’였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마가복음은 심층적으로 공동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즉, 공동체는 그러한 예수의 임무를 그대로 ‘이어 받은’ 무리이기 때문에, ‘종말론적 계약백성’이 되는 셈이다. 그러므로 예수의 시대는 지금 교회의 시대와 연장선에 있다고 저자는 지속적으로 주장한다. 소외되고, 힘이 없고, 소종파적인 예수가 복음서 안에서 자아 정체성을 규명하고 있듯이, 역시 같은 마가공동체는 마가복음을 통해서 ‘자아 정체성’을 규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1) 기존세력에 대한 태도, (2) 공동체의 자기규정, 그리고 (3) 세상을 향한 태도를 언급하고 있는 마가의 편집구절 연구(편집비평)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2) 기존세력에 대한 공동체의 태도는, 당시의 종말론적 소종파들의 그것과는 차이점을 보이는데, 무엇보다도 무저항주의를 찾아볼 수 있다(13장). 하지만 종교당국엔 반대하고 있는데, 저자는 편집구절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마가공동체의 계속되는 논쟁의 상황, 환난을 받고 있는 상황을 유추해낸다. 그러한 구절로는 “그들의”를 언급하는 것(1:23,39), 유대교에 대한 개방(2:5b-10a)과 순응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것(3:6), “후에야”(3:27), 제의적 정결에 대한 새로운 규정제시(7:3), 이방인까지 포함해야 할 것(7:28), 종교인들에 대비하여 일반 서민을 부각시키는 것(12:37b, 41-44). 바로 이러한 편집구절들에서 마가공동체의 종교적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도전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는 상황을 엿볼 수 있게 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3) 공동체의 자기규정은 10가지로 나열된 책임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서도 당시의 쿰란공동체의 종말론적 시대인식이라는 부분에서는 유사점을 지적할 수 있지만, 차이점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공동체는 ①선교를 통해서(3:14; 6:7) 섬겨야(1:31; 15:41)하며, ②가족 간의 생이별과 함께 핍박도 감수해야 하며(10:28), ③소유의 문제에 대해서(4:7) 무소유를 주장해야 했다(10:17-22). 이들은 ④성적인 차별이 없는 상호책임적인 공동체였고(10:10), ⑤부활을 통해서 자신이 계약적 상속자라는 확신을 가졌다(12:18-27). 상호간의 관계는 더욱 돈독했는데, ⑥“네 죄가 용서받았다”라는 제의공식을 통해서 용서를 실천했고(2:5), ⑦우선순위적인 차원이 아닌 상태에서 이웃사랑의 가치를 배웠으며, ⑧공동체의 연합을 깨뜨리는 위협을 맞이하지만 이겨내야 했다(1;12; 4:4b). ⑨금식이라는 엄격한 훈련을 실시했고(2:20; 9:18), (10). 항상 경계와 기도를 놓지 말아야 했다(8:15; 12:38; 1:35; 6:46; 9:29). 이렇게 볼 때, 마가복음서의 상당 부분은 공동체의 생활실천 요강이라고 할 정도이다.

 

 4) 세상을 향한 공동체의 태도는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뜻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역시 마가의 편집적 전화구절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저자는 마가공동체가 복음전파의 선교적인 사명을 의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서두부터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며, 그들은 ‘사람 낚는 어부(1:16)’이자 ‘씨 뿌리는 자(4:3,14)’라는 자인식을 가져야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실제로 가르침과 치유 사역을 통해서 하나님나라를 구현해야 했다(6:13). 한편, ‘비밀’이라는 소재를 간과할 수 없는데, 따로 불러 모으거나(3:23; 8:1, 34; 10:42; 12:43), 소위 ‘수제자들’에게만 허락된 사건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5:37; 9:2; 13:3; 14:33). 이러한 비밀은 만민의 접근이라는 내용과 충돌하기 때문에(1:27; 6:53-56), 이것을 달리 해석할 필요가 있다. 즉, 상당수의 구절은 비밀구절이 아니라 단지 예언적 소명을 말하고 있으며(6:31; 7:24; 9:30), 비밀구절이라는 본문들도 사실은 공동체의 자기 인식을 말하기 위한 표현일 뿐이다. 보다 자세히 말하자면, ①영광스러운 예수를 비공개적으로 폭로하는 구절은(1:10; 9:6) 사실 마가공동체의 예수 현시(現示)이며, ②비밀스러운 표적이나(11:1) 비밀모임(14:13)도 마가공동체의 자인식의 표현이다(“우리는 비밀집단이다!”). 그리고 ③귀신에 대한 금지명령(1:34; 3:11)과 ④치유 후에 금지명령을 내린 것(1:44; 5:43; 9:9)은 유대인보다 이방인이 더 낫다라는 메시지와 기적이 복음과 관련할 때만 의미가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마가공동체의 현재주장이다. 마지막으로 ⑤왕국통찰력의 제한적 부여구절은(4:11) 사실 연속된 내러티브 읽기를 시도해본다면 비밀이 아니라는 결론이 된다. 이렇게 볼 때, 마가의 의도는 비밀이 아니라, 예수의 희생적 죽음을 바로 알리는 것이며, 의인에 대한 하나님의 신원이 예수에게 있었던 바와 같이, 그 길을 따르는 제자공동체에게도 동일할 것이라는 권면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비밀은 마가공동체가 스스로의 존재 목적을 발견함으로써 풀어졌고, 그것은 바로, ‘인자’로 다시 나타날 예수의 새로운 임재를 기다리는, 종말론적인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새 시대의 공동체”라는 인식이었다.


 5) 한편, 저자는 글을 마무리하면서, 복음서의 개론적인 부분을 과감하게 주장한다: 예루살렘이 함락되기 이전에, 묵시문학적인 배경을 가진 공동체가, 헬라어를 매개로, 예언의 성취자로서의 예수상을 보여주고 그로 인해서 새로운 언약 공동체를 세우고자, 남부시리아에서 기록했다.



2. 평가


 1) 역사적 비평방법의 장점이라면 역사의 의미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서, 복음서의 예수는 단지 ‘역사적 예수’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앙과 삶에 있어서의 예수’로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마가복음의 예수가 공동체에서도 현재화되는 의미로 다가오는 대상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J. Louis Martin[1979]의 Two-level Drama와 다른 점이 있을까?) 저자는 ‘새 시대의 공동체’로서 마가복음을 소개하고 있는데, 거의 30년이 지난 후에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Beginnings of Christianity, 99-120). 그에 따르면, 모든 복음서는 예수 전승을 기반으로 ‘새로운 언약 공동체’로 규정된 원시기독교를 반영하고 있다.


 2) 저자는 자료비평과 양식비평, 그리고 편집비평을 통해서 본문 배후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결론부분에서,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공동체를 재구성하는데 성공했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에 항상 끊이지 않는 문제제기가 바로 ‘환원주의’라고 하겠다. 저자는 “(복음서) 저자의 의도를 전체적으로 설정하는 지평을 결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데(p.243), 물론 저자는 ‘편집적 전환구절’이라는 문학적 근거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귀납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집적 구절이면 곧 공동체의 현실이다’와 같은 논리를 주장하는 것 같다. 그러므로 문학비평을 통한 본문의 새로운 구조분석이나 수사적 의도 등 보완해야할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