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독서] 좋은 책 이야기

미카 왈타리, [시누헤1,2 (2007)]

진실과열정 2008. 6. 19. 12:20
출판사
동녘
출간일
2007
장르
역사소설
책 속으로

'시누헤'라는 인물은 고대이집트의 역사에서 너무 흔한 이름이다. 시누헤는 80년대 교과서에 등장했던 '철수와 영이'라고나 할까. 시누헤라는 등장인물을 내세워서 고대이집트의 혼란스러웠던 '아마르나 시대'를 재구성하고 있다. 아마르나 시대라고 하면, 이집트 역사상에서도 그렇하고 세계 역사상에서도 독특한 현상이 일어났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유일신 운동이 (역사적으로) 처음으로 등장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모세가 아케나톤의 현신이라거나 그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은 그래서 일리가 있다. 그만큼 고대사회에서 아케나톤의 '혁명'은 대중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혁명운동은 이집트를 하루아침에 종이호랑이로 만들었고 주변, 특별히 팔레스타인은 소국들의 세력잡기와 북쪽의 히타이트, 갑자기 등장한 해양민족들로 인해서 골머리를 썩게 된다. 이 시기에 이집트 주둔군이 파라오에게 보낸 수많은 서신들(이를, 아마르나 서신이라고 한다)에서 많은 역사적 단초들을 얻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이러한 혼돈의 시기가 아마르나 시대였다. 이미 역사적으로 인정받은 몇몇의 인물들이 기승전결에 적합하게 역할하고 있기때문에, 큰 플롯에는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풍성한 상상력으로 역사를 더욱 멋진 역사로 만들었다. 원체 시누헤라는 인물은 여행가였기 때문에, 이 책에서도 시누헤는 고대근동의 모든 도시국가, 제국을 여행한다. 고향 테베, 시리아, 바벨론, 히타이트와 크레테까지. 모든 장소에서 헐리웃에서나 볼 수 있는 유쾌한 모험이 들어있고, 찐한 로멘스가 녹아있으며, 외로운 나그네의 눈물이 흩어져 있다. 다시 말하자면, 고향에서는 철모르는 혈기로 한 여자에 눈이 멀어 가산을 탕진한 패배자로, 시리아에서는 자신의 노예에게 마음이 빼앗긴 왕에게 결혼을 선사하거나, 바벨론에서는 간단한 치통으로 고생하는 어린 왕을 달래면서 그의 여자와 함께 야간도주를 하는 장면에서, 그 여자가 다름아닌 크레테의 공주로 어리석은 신화에 사로잡혀 억울한 죽음을 뒤로하고 크레테를 떠나는 사나이로... 시누헤는 전형적인 모험가로 세계를 경험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이 섬겼던 아케나톤의 이상을, 자신의 의술과 통한다고 생각했는지, 끝까지 고집하다가 유배를 당하게 된다.

 

   시누헤의 모험은 아마르나 시대를 꾸미기 위한 장치이다. 삶은 여행이다. 잡을 수 없으며, 영원히 머무를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시누헤는 인간의 희노애락을 여행한 대표이다. 의사인 그 앞에 왕도 노예도 일반이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 그는 아케나톤이 설파한 아톤의 '평등주의'에 단단히 매료될 수 있었다. 아마도 이것은 작가의 생각일 것이다. 과학을 등에 엎고 유토피아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는 문명은 세계대전을 거치고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삶은 복잡한 것이다. 저마다 자신의 운명을 지고 살아간다. 작가가 종종 말하듯이, 별에 새겨진 것은 거스를 수 없다. 유쾌함과 설레임, 저미어옴과 한숨이 오가며 언제인지 모르지만 책을 덮었다. 아. 꼭 이집트에 가보고 싶다.

이 책은..20세기 눈으로 재구성한 아마르나 시대를 보여준다.
나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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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다. 역사가 상상과 만나서 진짜 역사가 되었다. 고대 이스라엘 연구에 있어서도 어렵기만 했던 아마르나 시대에 대해서 건강한 상상력을 얻을 수 있었다. (1954년에 이미 영화화되었다고 했는데, 반세기가 지난 21세기에 다시 할리우드는 기지게를 펴야되지 않을까? '네페르네페르네페르'역엔 누가 뭐래도 안젤리나 졸리가 딱이다.)